“삼성 인수前엔 인재영입 힘들었는데… 이젠 서로 오려 아우성”

마운틴뷰=유근형 기자

입력 2020-01-07 03:00 수정 2020-01-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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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인수한 하만 가보니
“주인 바뀌었지만 자율근무 그대로… 삼성 제품과 시너지로 매출도 쑥쑥”


삼성이 2016년 인수한 자동차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의 스테펀 마티 퓨처익스피리언스팀장이 지난해 12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하만 실리콘밸리센터에서 신기술 개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운틴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삼성이 (하만을) 서류상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우리 개개인의 근무 방식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삼성이 2016년 전격 인수한 자동차 관련 전장(차량용 전자용품) 기업 ‘하만’의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실리콘밸리센터에서 만난 스테펀 마티 퓨처익스피리언스팀장은 삼성 인수 후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만이 삼성이라는 글로벌 그룹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지만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받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펀 팀장은 “삼성이 80억 달러(당시 약 9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하만을 인수하고도 삼성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건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만의 독립성이 기술 혁신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만 실리콘밸리센터에 가보니 연구원 절반 이상이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근무시간을 자신이 정하는 자율근무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부 어디에 있든 일만 하면 되는 실리콘밸리의 보편적 근무 형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삼성의 하만 인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처음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이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사업을 꼽았다.

하만에 입사하기 전 4년 동안 삼성에서 일했던 스테펀 팀장은 “자동차 제조업을 그만둔 삼성이 자동차 관련 전장 기술을 연구하는 하만을 인수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경계를 뛰어넘는 상상을 하고 이를 실현하는 리더십이 미래의 삼성을 더 강하고 완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만은 삼성 인수 당시인 2017년 2분기(4∼6월) 영업이익률이 0.47%에 불과했지만 올해 3분기 3.8%까지 올랐다. 영업이익도 당시의 10배 규모인 1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특히 JBL, AKG 튜닝 등 하만의 세계 최고 음향 기술은 삼성의 전자제품들과 만나 진화하고 있다. 무선스피커 시장에서는 지난해 35.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시장점유율(수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대 도래와 함께 미래 신산업으로 떠오른 전장산업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스테펀 팀장은 “인수 이전에는 구글, 아마존, 애플 등에 밀려 우수한 인재를 데려오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부품부터 제품까지 종합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삼성이 버티고 있어 서로 오려고 한다”며 “실리콘밸리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마운틴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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