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물·간신? 지혜와 풍요!”…경자년, 세상 만난 쥐

뉴시스

입력 2020-01-01 06:12 수정 2020-01-0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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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도망가면 집안이 망한다.”
“쥐가 독에 빠지면 복이 나간다.”
“쥐가 집안에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

예부터 속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쥐와 관련한 금기어다. 보통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돼왔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인식과 모순되는 이 같은 쥐에 대한 미신도 존재한다.

쥐가 도망가거나 독에 빠진다는 행위에 그 집안의 업을 대입해 재물을 지켜주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긴 부분이다. 집안에 흙을 파는 행위도 재물을 쌓는 행위로 여겨졌다.

이 같은 재물과 관련된 속설은 쥐가 다산(多産)의 동물이라는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쥐는 1년에 6∼7회 출산을 하고 한 번에 6∼9마리의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 역시 재물을 모으는 능력처럼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대 중앙대 교수는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이 개최한 2020 경자년 쥐띠 해 학술강연회 ‘서생원 납신다’에서 발표한 ‘쥐, 근면함과 예지력을 갖춘 동물’이라는 내용의 학술자료를 통해 이 같은 쥐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했다.

풍요를 상징하는 것 외에 전통적으로 쥐는 지혜로운 동물로도 그려진다. 김 교수는 손진태 선생이 ‘조선신가유편’에 담은 무가의 일종인 ‘창세가’에서는 사람과 조물주보다도 더 뛰어난 지혜를 갖춘 존재로 쥐가 표현돼있다. 조물주인 미륵이 하늘과 땅을 가른 뒤 물과 불의 근본을 물었을 때 메뚜기와 개구리, 생쥐 중 답을 내놓은 것은 생쥐인 것으로 묘사돼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혜공왕 5년 11월의 기록에서도 쥐의 예지력을 묘사한 부분이 있다. ‘치악현서팔천허 향평양 무설(雉岳縣鼠八千許 向平壤 無雪)’ 치악현에서 쥐 팔천 마리가 평양을 향해서 갔다는 기록과 함께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점은 다음해 농사가 흉년이 됐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쥐의 이동을 통해 예지력을 나타낸 부분이기도 하다.

‘삼국유사’ 중 사금갑에서는 비처왕 10년에 왕에게 사람처럼 말을 하면서 길을 안내한 동물로 쥐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쥐의 면모가 긍정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곡식을 훔쳐먹는 행위 등으로 인해 쥐는 보통 생활에 해로운 부정적인 동물로 각인돼있다. 이 때문에 탐관오리나 간신으로 묘사되거나 ‘옹고집전’ 같은 옛날 이야기에서는 사람으로 둔갑해 사람을 괴롭히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상들은 동물을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지닌 것으로 접근한 만큼 쥐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쥐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것은 새마을운동 과정에서의 쥐잡기와 무관할 수 없다”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보면 쥐의 상징이 현재의 부정적인 의미와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사정은 우리 민족이 쥐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음을 엿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쥐띠는 부지런하다. 이것은 자신들의 식량을 얻기 위한 행동이다. 따라서 쥐띠는 부지런히 일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먹을 식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다. 그것은 바로 쥐띠는 굶어죽을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쥐는 예지력과 지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이 세상을 놀라게 할 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한편 동물로서 쥐 역시 다양한 특징을 지닌다. 김재호 과학칼럼니스트의 학술자료 ‘최초의 포유류 ’쥐‘: 먹이 대신 탐험을 즐기다’에 따르면 다산을 통해 지구 포유유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 종이기도 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포유류가 쥐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했다.

특히 인간만큼 예민하고 적극적인 동물로 먹이와 물, 탐험을 선택하도록 한 실험에서는 먹이를 포기하고 미궁을 탐색하면서 두뇌와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쥐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기회가 국립민속박물관에도 마련된다. 민속박물관은 경자년을 맞아 오는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을 개최한다. 쥐에 관한 생태와 상징, 문화상을 조명하는 자리로 유물과 영상 등 60여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쥐의 상징과 의미, 변화상을 짚어본다.

1부 ‘다산(多産)의 영민한 동물, 쥐’를 통해 십이지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로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인 쥐에 대한 이야기와 민간에서는 쥐를 의미하는 한자인 ‘서(鼠)’자를 부적으로 그려 붙여 풍농을 기원한 점 등이 소개된다.

또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요괴메카드’ 등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쥐가 친근한 동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영상자료와 생활용품, 장난감 등을 통해 소개하는 2부 ‘귀엽고 친근한 동물, 쥐’ 전시도 함께 마련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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