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5G 타고 날까…경자년 새해 회복 기대감 솔솔

뉴스1

입력 2020-01-01 06:11 수정 2020-01-0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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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딜라이트 홍보관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 News1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난관을 겪었던 반도체 산업이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업황 반전에 성공해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1일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4098억8800만달러로 잠정집계했다. 전년과 비교해 12.8%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5.9% 성장한 433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축소된 것에는 먼저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2017년~2018년 사이의 반도체 시장이 유례가 없을 정도의 호황이었기 때문에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받아든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반도체 시장은 확실히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의 문제를 겪었다. 호황 때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설비를 늘려 공급은 늘었는데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갈등이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세계 무역 질서에 불안감이 커지자 고객사들은 반도체 주문을 미뤘고 제조사들의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재고가 쌓이자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한 예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제품 중 D램(PC향 상용 제품: DDR4 8Gb 1Gx8 2133MHz)이 경우 고정가격이 2018년 9월 8.19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월 2.81달러까지 떨어졌다.

재고가 떨어지니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증권사들이 실적 추정치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조1730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58조8867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업황이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먼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급락한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물량 조절에 나서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반 메모리 반도체 업계들이 쌓아놓은 재고 수량이 정상화되면서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J.P.모건의 경우 D램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이른 1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한해동안 내내 우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새로운 IT 기술들이 일상생활에 점차 적용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올해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통신용 칩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해 20여개국 40여개 통신사가 5G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올해는 50개국 176개 통신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국의 IT마켓 리서치 회사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서비스 지역의 확대, 아이폰 출시, 중저가 5G폰 보급 등으로 5G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 15%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최신 스마트폰에서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고용량의 사진·영상 정보를 처리를 위해 반도체 탑재 용량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기종이 늘어나면서 이미지 센서와 함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판매도 증가할 전망이다.

통신 기술발달로 늘어난 소비자들의 콘텐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련 업체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플랫폼을 새롭게 내놓는 것도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다.

디즈니와 애플은 지난해 11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 플러스’를 각각 출시하며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도 클라우드 서버에 게임을 구동 시켜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인 ‘스타디아’를 지난해 출시했으며 올해 글로벌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개인 전자 기기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공하는 업체의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당 업체들은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의 출시와 공급 확대는 데이터 센터 건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보 처리를 위한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는 다운턴이었지만 올해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5G 사업이 계속되고 클라우드 비즈니스가 확장되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단계 합의에 도달한 미·중 무역 협상의 향방이 세계 경제는 물론 반도체 시장에도 계속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투자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미국의 중국 기술 패권 견제로 (양국의)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확인되지 않은 암초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지난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소재 3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시작된 이 사태는 양국 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최근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됐던 일제감정기 강제징용 재판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새로운 물자에 대한 수출을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반도체 업계관계자는 “최근 국내 업체들이 첨단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일본이 이와 관련된 제품들에 대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라며 “완전한 합의를 보지 않는 한 국내 업체들에 영향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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