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이명희 자택서 언쟁…한진家 분쟁, 남매→모자 다툼으로 가나

배석준 기자 , 구특교 기자

입력 2019-12-29 17:16 수정 2019-12-29 17:2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한진그룹 경영을 둘러싼 분쟁이 ‘모자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반기를 들면서 ‘남매 다툼’이 본격화됐고, 이 갈등이 가족 전반으로 퍼지는 것이다. 내년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둘러싼 표대결을 앞두고 가족 간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 있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자택을 인사차 찾았다가 이 고문과 언쟁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3남매 중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다.

조 회장은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의 공개적인 ‘반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고문의 묵인에 대한 불만이 나왔고, 이 고문은 고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일부 물건이 깨지는 등 소란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0.03%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남매가 다투면서 어머니 이 고문(5.31%)과 조 전무(6.47%)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지에 따라 분쟁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아슬아슬하게 나눠 가진 상황에서 이 고문 측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암묵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이 고문이 ‘나한테 잘해라’는 태도로 인사 등 회사 경영에 개입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경영 특히 인사에 나서지 말라. 그러면 회사가 다 망가진다’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 고문 측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긴장관계가 지난달 29일 조 회장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측근으로 인사를 단행하자 이 고문도 내부 갈등에 본격적으로 끼어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어떻게 결론날 지가 중요해졌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이 고문, 조 회장, 조 전 부사장, 조 전무 등 4명 전부 만족하는 합의는 어렵더라도 일부 합종연횡의 수준으로 합의가 진행될 것이다”는 관측도 나온다. 17.29% 지분을 가진 토종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어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금까지 신고나 고소·고발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신고나 고소·고발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