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아시아 최강’ 김앤장, 국내를 넘어 세계로

이호재 기자

입력 2019-12-30 03:00 수정 2019-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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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영어-일어 등 3중 언어 진행 추세 맞춰
국제중재팀, 국가별 중재 전문 인력 대거 확보
굵직굵직한 국제중재 사건서 잇달아 성공 견인


18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옥의 김앤장 로고 앞에서 김앤장 국제중재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연 변호사, 변섭준·애던 코엥·조엘 리차드슨 외국 변호사, 박은영·윤병철 공동팀장, 카이 야네스 베그너 외국 변호사,
김혜성·임병우·조은아 변호사. 김동주 기자 zoo@donga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인 A사는 2011년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의 자회사 B사로부터 2011년 카타르 바르잔 연안 해상에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해양 시설물을 만들고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15년 4월 공사를 마쳤지만 3년이나 지난 지난해 3월 B사는 돌연 해양 설비의 파이프라인 일부 구간에 하자가 생겼다며 파이프라인 전체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B사는 전체 구간의 하자보수 비용 등을 요구하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 소송 금액은 80억 달러(약 9조3120억 원)에 달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중재팀은 이 사건을 초기부터 자문했다. 중재 제기 후엔 미국 로펌과 공동 방어팀을 구성해 사건을 조기에 화해 종결시켰다. 특히 공대 출신으로 엔지니어링 경력을 가진 변호사와 변리사들로 내부 기술팀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설치 공사가 끝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수의 핵심 증인들을 찾아내 유리한 사실관계를 확보해 나갔다. 그 결과 올 5월 9조 원대 소송 금액의 3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600억 원 안팎에서 화해를 성사시켰다.


○ ‘맨파워’로 무장한 김앤장 국제중재팀

“허리 역할을 하는 10년 차 이상의 변호사가 다수 포진해 집중해서 경험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윤병철 변호사·57·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 한 분 한 분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장군들입니다. 단순히 숫자가 아닌 퀄리티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박은영 변호사·54·20기)

공동 팀장으로 김앤장 국제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윤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국제중재팀이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비결로 ‘맨파워’를 꼽았다. 우선 두 팀장부터 세계적인 로펌·변호사 평가 기관인 ‘체임버스 아시아 퍼시픽’ 2019년판 한국 국제중재 분야 개인 랭킹에서 각각 최고 등급(Star Individuals)과 1등급(Band 1)에 오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윤 변호사는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 최초 한국인 이사를 거쳐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을 지냈다. 박 변호사는 국제변호사협회(IBA) 중재위원회 부의장과 아시아태평양중재그룹 공동의장을 거쳐 현재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부원장과 싱가포르 SIAC 중재법원 상임위원 등 세계 유명 국제분쟁기구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우리나라 국제중재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해 오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견의 중재 전문 변호사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특히 법조경력이 두터운 한국 변호사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세연 변호사(51·23기)는 IBA 아시아 태평양중재그룹의 공동 의장, ICC 국제중재법원의 부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체임버스 글로벌, 리걸500 등 해외 유수의 법률전문 매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우수변호사로 선정되는 등 국제분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임병우 변호사(48·28기)는 국제중재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 공정거래, 국가계약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 업무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제분쟁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관련 국제 분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해외 건설 분쟁 분야에서 자타공인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철원 변호사(46·28기)는 모두가 어려워하고 꺼리는 복잡한 사건들을 맡아서 처리하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유전 개발 사건, 현대 삼호 원유시추설비 사건 등 에너지·조선 등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필요할 때마다 현지로 출장을 떠나 장기간 체류하며 현지 프로젝트 담당자들 및 전문가들과 업무를 진행해 각종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법률, 기술 및 회계 자료들을 검토해본 경험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국어와 영어 외에 중국어, 일본어 등 다른 언어가 더해져 3중 언어로 진행되는 중재 건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주요 국가별 중재 전문 인력들을 확보해 언어적인 부분에서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박 변호사는 “팀 인원의 절반가량이 외국 변호사일 정도로 국제화됐다. 대륙법계 변호사도 있고, 영미법계 변호사도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 최근 국제중재 사건에서 연달아 ‘성공’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최근 영국 로펌과 함께 국내 건설사를 대리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대형 영국 중재 절차를 수행했다. 최초 증거 수집 및 사실관계 확인 단계에서부터 변론준비서면, 증인진술서, 전문가 진술서 준비 등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팀을 구성했다. 중동 현지로 출장을 떠나 장기간 체류하면서 현지 프로젝트 담당자들 및 전문가들과 업무를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김앤장 국제중재팀이 대리하는 건설사 측 전문가의 분석 보고서는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뒷받침될 수 있었다. 보고서의 상당 부분에 대해 발주처 측 전문가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결국 중재판정부가 국내 건설사의 청구를 상당 부분 인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됐다.

카타르 소재 대형 복합화력 발전소 프로젝트와 관련된 ICC 중재절차에서 수천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국내 건설사를 대리해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발전소 프로젝트에 공급된 주요 설비의 기술적 하자 여부 등 기술, 산업, 법률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다양한 외국 기술 전문가 및 영국의 변론 전문 변호사들과의 협업으로 이를 극복했다. 결국 국제적으로 명망이 높은 영국의 건설 전문 변호사들로 구성된 중재판정부로부터 고객에게 유리한 중재판정을 유도해냈다.

최근 한국 회사와 스위스 회사가 신약을 공동 개발, 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신약 개발 성공 후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허가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판로 를 맡은 스위스 회사는 시장판로를 개척하지 못했고, 생산을 맡은 한국 회사는 판로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생산을 하지 않았다. 이에 스위스 회사는 한국 회사가 생산을 하지 않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CC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한국 회사를 대리한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스위스 회사가 유럽연합(EU)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판로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판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만 한다면 막대한 손해만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올해 중재판정부는 스위스 회사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보고 스위스 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윤병철 김앤장 국제중제팀장

○ 국내 넘어 ‘아시아 최강’으로 인정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로펌·변호사 평가 기관인 체임버스 아시아 퍼시픽으로부터 12년 연속(2008∼2019년) 국제중재 분야 국내 로펌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2012년에는 국제중재 전문지인 GAR(Global Arbitration Review)가 선정하는 세계 30대 로펌 중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로펌 중 역대 최고 순위다.

일찍부터 국제중재 분야 개척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법률 자문을 시작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갔다. 당시 법률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외국의 일류 국제중재 실무 변호사들과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고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대한상사중재원(KCAB)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이 국제중재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국제중재 역량 강화의 기치를 내건 KCAB에는 전현직 김앤장 전문가가 대거 포진해 있다.

윤 변호사는 2006년 KCAB 국제중재 규칙의 채택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또 서울국제중재센터의 설립 후 사무총장을 맡아 2015년 국제중재 규칙 개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규칙 개정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이 같은 협력은 KCAB가 한국을 글로벌 중재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해 지난해 4월 전담 조직인 KCAB 인터내셔널을 신설하는 데 큰 뒷받침이 됐다.


○ “분쟁 예방, 회피에도 전문성 발휘”

최근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전문성이 있는 로펌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12년 제기된 이후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론스타 투자자 중재 외에도 한국과 관련된 투자자 중재가 여럿 제기된 상태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ISD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하노칼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현대오일뱅크 매각에 따른 국제조세와 관련해 제기한 ISD 사건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해 완벽한 방어를 했다. 결국 2016년 하노칼 측이 중도에 ISD 중재 신청을 취하해 한국 정부가 최초로 ISD에서 승리한 바 있다.

국제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소송이나 중재 등 전통적인 민사 분쟁 해결 제도에 관한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국제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적 쟁점들을 모두 다뤄 본 경험이 있는 대형 로펌의 전문팀 간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최고 인력으로 구성된 다수의 전문팀을 보유하고 있어 복합적 분쟁 해결 제도나 대응에 최적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중재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 분쟁 분야에서도 고객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김앤장 측은 “분쟁의 최종 단계인 국제중재와 국제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뿐만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다각적인 설득, 압박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 고객들로부터 분쟁 예방 및 회피에도 전문성을 톡톡히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로펌의 독무대였던 해외 건설 및 조선 분야에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분야는 전통적으로 영국법을 관련 계약의 준거법으로 하고 런던을 중재지로 정해 왔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영국 로펌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한국 기업들도 영국 로펌을 우선 선임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한국 업체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김앤장이 수행하는 사건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전문 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청구액이 수천억 원을 넘는 대규모 해외 건설, 조선 관련 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앞으로도 그러한 성공 사례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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