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려울수록 노사불이 덜 먹고 같이 사는 길로”

인천=김도형 기자

입력 2019-12-27 03:00 수정 2019-12-2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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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화 기여 공로 산업훈장, 박상규 동국제강 노조위원장
“위기때도 회사는 고용안정 약속… 노조는 무분규로 경영정상화 도와”


“조금 덜 먹고, 같이 살자.”

1991년을 끝으로 28년째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동국제강의 노사가 지키고 있는 약속이다. 올해도 철강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는 파업이 이어졌지만 동국제강만큼은 예외였다.

2006년부터 이 회사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규 위원장(사진)을 19일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에서 만났다. 그는 노조와 사측은 한 몸이라는 뜻의 ‘노사불이’를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바람직한 노사문화 형성에 기여한 공로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임직원이 2500여 명인 동국제강은 조선용 후판과 건설용 철근을 생산해 연간 5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위원장은 “조선업계 불황과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가 적지 않은 철강업종이지만 동국제강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같이 살자’고 주문처럼 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과 2015년 후판 수요가 크게 줄면서 동국제강은 경북 포항시의 후판공장 가동을 멈췄다. 하루아침에 수백 명의 유휴 인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두 번 다 강제 퇴직은 없었다. 근로자가 동의하면 포항이나 다른 지역 공장이 인력을 흡수했다. 1991년 파업 이후 고 장상태 회장, 현 장세주 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진이 정리해고 없는 고용 안정을 약속했고 약속은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노사가 각자의 몫을 조금 덜 가져가기 위해서는 회사의 정확한 경영 상태 공유가 필수다. 이른바 투명 경영이다. 박 위원장은 “위원장과 전국 4곳의 지부장이 매월 책임경영회의 등에 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 회의를 통해 노조 간부들은 각 공장의 가동 상황과 매출, 재고,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주요 투자계획까지 회사 경영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결국 노조 집행부는 회사와 조합원을 잇는 가교”라며 “경영 상황을 최대한 현장에 알려야 근로자들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경영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박 위원장은 “100%는 아니어도 99%는 안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1994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지만 선언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노조가 무리한 행동에 나설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쌓아온 노사 양측의 신뢰와 약속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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