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신부전 환자, 주 3회 ‘혈액투석’으로 삶의 질 개선

홍은심 기자

입력 2019-12-26 03:00 수정 2019-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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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국내 콩팥병 환자 50% 투석시기 놓쳐노폐물 쌓이면 심각한 합병증에 노출
체력소모-어지럼증은 일시적인 증상… 정기적 투석으로 요독 물질 제거해야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37, 38회에서 주인공 동백이의 엄마가 유전성 신장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안고 신장을 공여하려는 딸에게 “네가 투석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서 그런다. 사람이 기계에 구걸해서 연명하는 게 얼마나 무력하고 우울한지 아느냐”고 호소한다. KBS2 TV 화면 캡처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동백이의 엄마가 ‘말기 콩팥병’ 환자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극 중에서 동백의 엄마는 ‘다낭성 신질환’이라는 유전성 신장질환을 앓고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다. 이 사실을 알고 엄마에게 신장을 공여하려는 딸에게 “네가 투석이 얼마나 아픈지 몰라서 그런다”며 “사람이 기계에 구걸해서 연명하는 게 얼마나 무력하고 우울한지 아느냐”고 호소했다.

극중 대사처럼 혈액투석 환자는 주 3회 정기적인 투석이 필요하다. 그 고통도 적지 않지만 최근에는 환자들의 삶의 질에도 변화가 나타날 정도로 혈액투석 방식이 발전했다.

■ 만성 콩팥병, 투석이나 이식 필요

국내 콩팥병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은 최근 5년 새 44% 큰 폭으로 늘었다.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 환자도 7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 5년 사이 2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만성 콩팥병 환자 10명 중 5명은 투석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와 윤일규 의원에 따르면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의 약 50%가 적절한 투석 시작 시기를 놓쳐 응급실에서 투석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콩팥병은 신장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구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의 건강한 사람은 사구체가 분당 최소 90mL 이상의 혈액을 거르는데 그 양이 약 30% 줄어든 60mL가 되면 만성 콩팥병 초기 단계로 진단된다.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사구체의 여과율이 분당 15mL 미만이면 말기 신부전이 된다. 말기에는 투석이나 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장 이식은 장기 공여자가 필요하고 수술까지 많은 검사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 75%는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다. 혈액투석은 망가진 신장을 대신해서 투석기의 필터가 혈중 노폐물을 제거한다.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고 몸속 과잉 수분을 제거해준다.

혈액투석은 보통 주 3회 병원에 방문해 매회 4시간 정도의 치료를 받는다. 환자의 체력 소모가 크고 출퇴근 등 반복적인 일상생활에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투석을 최대한 늦추려는 경우가 많지만 말기 콩팥병 환자가 적시에 투석이나 이식을 받지 않고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다.

말기 콩팥병 환자가 체내 노폐물을 제때 배출하지 못하면 ‘베타-2 마이크로불린’ 등의 요독 물질이 몸 안에 쌓인다. 이런 노폐물이 관절이나 조직에 침착되면 경직과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중분자 요독 물질인 ‘카파, 람다 유리경쇄’는 혈액투석 없이 체내에 쌓이면 심장, 위장 등의 장기 손상을 일으킨다. 발목과 다리 부종, 숨참, 호흡곤란, 불규칙 박동, 팔다리의 근력약화, 저림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 등으로 수면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수면장애는 밤사이에 저산소증을 유발해 심혈관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의 50% 이상은 관상동맥질환, 울혈성 심부전 등을 동반하고 있어 요독 물질 제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장희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혈액투석이 환자들의 많은 에너지와 의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기를 미루면 더 큰 합병증과 사망 위험에까지 노출될 수 있다”며 “최근 ‘투석 시 걸러지는 요독 물질의 범위가 확장된 혈액투석’ 등 부작용을 줄인 치료법이 속속 나오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 혈액투석 ‘오해와 진실


―말기 콩팥병은 신장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렇지 않다. 신장 이식 외에도 신장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신대체요법’, 즉 혈액투석, 복막투석을 시행할 수 있다.

―혈액투석을 받아도 장기 생존은 어렵다?

그렇지 않다. 혈액투석 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치료의 발전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과거 ‘베타-2 마이크로불린, 카파 및 람다 유리경쇄’와 같은 일부 요독 물질은 혈액투석을 하더라도 충분히 제거되지 못해 말기 콩팥병 환자의 합병증 위험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치료법은 이런 큰 입자의 요독 물질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투석은 힘들고 피곤하다?

혈액투석을 한 뒤 대부분 피곤함이나 어지럼증을 느낀다. 이러한 증상은 쌓였던 노폐물과 수분이 투석을 통해 한꺼번에 많이 제거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혈액투석을 해도 여전히 가려움증이 심하고 하지불안증후군에 시달린다?

투석 치료를 하더라도 현재까지의 치료 기술로는 인체의 신장만큼 요독 물질을 거르지는 못한다. 이로 인해 많은 투석 환자들이 가려움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증상으로 힘들어한다. 이때는 신장내과 의료진과 상담해 가려움증 완화를 위한 보조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최근 발표된 주요 임상시험에 따르면 말기 콩팥병 환자에서 ‘확장된 혈액투석 치료’를 6개월 동안 사용했을 때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50% 감소했고 아침 소양증(가려움증)과 수면 중에 긁는 빈도가 기존 혈액투석 치료를 한 그룹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을 확인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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