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 학교 운동장 미세먼지 관리 강화하자… 인조잔디-우레탄 업계로 ‘불똥’

황효진 기자

입력 2019-12-23 03:00 수정 2019-12-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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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인조잔디-우레탄 설치시 3년마다 점검 등 관리 기준 신설
업계 “형평성 어긋난다” 반발



교육부가 초·중등학교 교실 내 미세먼지뿐 아니라 학교 밖 운동장까지 미세먼지 대응을 강화하면서 인조잔디, 탄성포장재 등 체육시설포장업계가 철퇴를 맞고 있다. 정부는 앞서 미세먼지 저감 정책으로 교실 안에 공기정화 시설 및 미세먼지 측정기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최근에는 그 기준을 체육장 및 운동장 시설로 확대했다. 이에 인조잔디 및 우레탄을 운동장에 설치한 학교는 3년마다 정기점검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설치 및 관리 기준이 신설돼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 특정 제품만 관리?

교육부는 4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학교에서의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10월 24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인조잔디 및 우레탄이 인증 상태를 유지하는지 3년마다 정기점검을 의무화한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인조잔디 구장과 우레탄 트랙 등에서 검출되는 유해물질 관리 강화 책임을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교육감은 점검 결과 지속적인 발생 가능성을 확인한 경우 특별점검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인조잔디 및 우레탄 업계로선 까다로운 관리규정으로 인조잔디와 우레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함량법으로 진행되는 유해성 시험방식의 특성상 최초 포설 시 유해성 시험에서 합격한 제품이 3년 후 유해성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는 미세먼지 등 외부 오염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스포츠 제품을 3년마다 시험 검사하고 그 효율을 최초 설치할 때의 품질을 유지하라는 규정은 업체 죽이기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인조잔디와 우레탄 외에도 학교운동장에서 사용 중인 천연잔디, 마사토 등 기타 포장재가 있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인조잔디와 우레탄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조잔디 및 우레탄의 유해성 규정은 산업표준화법에서 정한 유해물질의 함량치(인체활동에 안전한 기준치)에 준하는 것임에도 이를 무시한 교육부의 이번 개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더욱이 마사토, 천연잔디는 유해성 규정이 아예 없는데 이런 운동장 바닥재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산품은 산업표준화법에 명시한 분야별 성능과 물성, 자격 및 유지에 따라 생산과 납품, 시공,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공산품의 특성은 아예 배제했다. 이번 개정안은 교육부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 국가 규격은 왜 만들었나?

인조잔디는 인조잔디 매트와 인조잔디 충전재, 충격흡수패드로 구성돼 있다. 통상 성능과 관련해서는 국제스포츠협회(FIFA·축구, FIH·하키, ITF·테니스)의 기준을 차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 관련 기준은 몇 차례 개정을 통해 유럽 등 선진국에서 규정한 기준치보다 더 엄격해진 상태다.

국가규격인 ‘KS 규격’은 2007년에 만들어진 인조잔디 고무분말의 교육부 유해성 안전기준 권고안에서 발전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처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KSF 3888-1’(인조잔디)이다. 또 ‘KSF3888-2’(탄성포장재)도 2011년 4월 KS 표준이 제정된 이후에 2차례 개정을 거쳐 제품의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많이 개선됐다. 따라서 현재 적용한 유해성 기준은 2016년 9월 30일 국무총리실 주관하에 ‘국가정책과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으로서 ‘유럽의 어린이완구 유해물질기준치(EN71-Ⅲ)’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업체 측은 “엄마가 아기에게 수유하는 환경과 같아 매우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는 내구성과 충전재의 유해성을 정확하게 명시해 사용자가 안심하고 인조잔디 구장과 우레탄 트랙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 KS 표준이다.


○ 인조잔디, 탄성포장재 구장을 선호하는 까닭

다목적용 운동장 포장재로 탄성포장재, 인조잔디, 천연잔디, 마사토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어느 포장재가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각각의 포장재마다 장단점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천연잔디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소재지만 초기 비용이 높고, 연간 사용 시간과 관리의 단점을 간과할 순 없다. 그리고 정확한 규격과 안전기준이 불명확하다. 게다가 진드기 등 미생물을 박멸하기 위한 농약살포의 위험성이 크며, 물을 다량 사용하는 비용 문제와 잡풀 제거를 위한 관리비의 과다 현상도 하나의 단점이다.

또 마사토 운동장은 초기 설치비용이 저렴한 편이나 토양안전보건법에 따른 기준은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의 KS 기준치인 유해성 기준 대비 너무 낮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시공 후 3년이 지나면 흙먼지 발생과 우천 시 사용이 어려우며, 필요시 라인 작업의 번거로움이 있다. 그렇다면 KS라는 정확한 국가표준으로 관리되는 인조잔디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2010년부터 학교나 공동 체육시설 등에 빠르게 확대돼 2019년 현재 전국 1만8000여 개의 학교 운동장 중 약 30%에 해당하는 학교가 인조잔디, 우레탄 트랙 등으로 포설 시공돼 있다.

최근 서산의 팔봉중학교에서 운동장 포장재 결정 공방이 이슈로 떠올랐고, 인조잔디 쪽으로 최종 결정된 사례를 비롯한 다수의 학교에서 인조잔디 구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호도가 올라가는 이유는 품질기준이 지속 상향되면서 안정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여 인조잔디, 우레탄 트랙, 마사토 등의 추진 과정 및 향후 추진 계획과 학교가 적합한 조성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단점과 예산 등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인조잔디 및 우레탄 업계 측은 “안내 과정에서도 신청 시 천연잔디 구장과 마사토 구장만 적정예산을 지원한다는 안내문구가 있을 뿐 인조잔디 구장과 우레탄 트랙은 지원에서 제외돼 있다”며 이 또한 형평성을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특단의 대책

환경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공산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유독 부침이 심했던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 업계는 “이번 사안만큼은 더 이상 불똥이 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는 이와 관련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과 활동에 나섰다.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학교보건법 시행령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각 시도교육위원회의 특정 제품 지원정책에 대한 법률적 판단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KS 표준도 개정을 통해 현재의 표준을 어린이용과 성인용으로 구분하는 등 유해성과 관련해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것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해 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규모의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인 인조잔디와 탄성포장재 업체들은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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