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자 ‘아바타 뇌’로 자폐증 원인 세계 첫 규명

동아일보

입력 2019-12-20 03:00 수정 2019-1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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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수 교수팀 논문 ‘사이언스’ 게재
환자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뇌’ 분석… 파킨슨병-치매 등 치료 돌파구 열어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DUKE-NUS) 의대에 재직 중인 제현수 교수(사진)팀이 세계 최초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아바타 뇌(미니 인공 뇌)’로 자폐증의 발병 원인을 밝혀냈다. 그동안 정상인의 세포로 뇌를 만든 적은 있으나 ‘환자’의 몸에서 뽑아낸 세포로 아바타 뇌를 만든 것은 제 교수팀이 처음이다. 또 그동안 한 번도 규명되지 못했던 자폐증의 원인을 밝혀 치료법을 제시한 것도 세계 최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제 교수팀은 자폐증의 일종인 에인절먼증후군 환자의 피부와 혈액에서 뽑아낸 유도만능줄기세포(다양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팥알만 한 크기의 아바타 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 결과 뇌세포에 붙어 있는 특정 칼륨이온채널(세포 표면에 있는 칼륨이온을 통과시키는 문)이 정상인보다 크게 증가한 것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제 교수팀은 쥐 실험에서 칼륨이온채널을 감소시키는 물질을 투여했고, 이후 쥐의 에인절먼증후군 증상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인간의 뇌는 너무 민감해 조직을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아바타 뇌를 활용하면 조직검사와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져 뇌질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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