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가창력과 공연계 팬서비스 최고”

김기윤 기자

입력 2019-12-19 03:00 수정 2019-1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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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한국 뮤지컬만 100번 본 일본인 관객 조 하루카 씨

일본인 조 하루카 씨(46·사진)는 한국 여행을 떠날 때면 늘 세 가지를 예약한다. 첫 번째는 비행기 탑승권, 두 번째는 호텔, 세 번째는 뮤지컬 티켓이다. 제일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건 바로 뮤지컬 티켓.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년 동안 한국에서 본 뮤지컬 공연이 100회가 넘는다.

최근 e메일로 만난 조 씨는 “검색만 잘해도 일본 신칸센 열차보다 싼 한국행 비행기 티켓은 많다”며 “한국 뮤지컬 때문에 예금 잔액이 많이 줄었지만, 또 서울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가 바다 건너 공연장까지 찾으며, 한국 ‘뮤덕(뮤지컬 덕후)’이 된 이유는 뭘까.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건 지난해 1월.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 먼저 접한 ‘빌리 엘리어트’에 크게 감동한 그는 서울에서도 같은 작품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저 없이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그가 공연장에서 처음 마주한 한국 배우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뮤지컬에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배우들의 가창력은 정말 대단해요. 주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매력적입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그의 ‘덕질’이 시작됐다. 뮤지컬 ‘시카고’ ‘마틸다’와 내한 공연인 ‘스쿨 오브 락’까지 한국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작품들을 사랑하게 됐다. 본격 회전문 관객이 되면서 그가 본 공연 횟수는 100회를 벌써 넘었다. 그는 “공연을 보고 일본에 돌아가도 다시 한국에 오기 전까지 또 여러 편의 공연을 예약한다”며 “주변 가족, 친구도 제 한국 뮤지컬 사랑을 더는 말리지 못한다”고 웃었다.

조 씨는 “한국의 뮤지컬 컴퍼니도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일본에는 회전문 관객을 위한 마케팅이 많지 않은데 한국에는 스탬프 카드에 도장을 찍어주고 할인티켓, 굿즈, 팬 미팅 등 혜택을 준다”고 했다. 또 “급한 일이 있으면 빠르게 티켓을 취소할 수 있는 온라인 티케팅 시스템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문화도 부럽다”고 했다.

한국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그는 공연 속 넘버와 연기를 그저 마음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에서 같은 공연이 있다면, 작품을 외우다시피 숙지한 뒤 한국을 찾는다. 공연이 없어도 영화, 책,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 미리 공부한다. 여전히 한국어는 서툴지만 “심현서, 정우진, 최정원, 김영주 등 배우의 광팬”이라며 출연진 이름만큼은 또박또박 한글로 적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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