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메르스사태 막아라” 검역 통과前 입국 ‘올스톱’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위은지 기자

입력 2019-12-19 03:00 수정 2019-12-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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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감염병 검역관리 어떻게… 본보 기자의 일일 검역관 체험기

본보 이진한 기자가 인천국제공항 64번 게이트에서 검역관과 함께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
6일 오전 11시 반 인천국제공항 46번 게이트. 승객 250여 명이 입국장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공항에서 출발한 각국 여행객과 중동 현지인들이다. UAE 아부다비 두바이와 카타르 도하 등 중동 직항은 하루 4대로 매일 약 1200명이 입국한다. 중동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곳이다. 이 지역에서 온 승객과 승무원들은 46번 게이트 앞 전자 검역심사대에서 특별검역을 받아야 한다. 검역관에게 방문 국가, 호흡기 및 소화기 증상 등을 기재한 노란색 OMR 카드인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몸 상태를 체크 받는다.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1일 검역관’ 체험을 해봤다.


○ 해외 감염병 최전선의 방패 역할

46번 게이트 전자 검역심사대 6곳 중 세 번째 심사대에서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검역을 했다. 검역관은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병 같은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일한다. 입국하는 승객 승무원 운송수단 화물 등을 검역한다. 인천공항에만 약 100명이 있다.

현재 주의 깊게 살피는 감염병은 콜레라 페스트 황열 폴리오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병 동물인플루엔자인체감염증 등 7종이다. 이 질환들이 많이 발생하는 감염병 오염지역은 아프리카 37개국,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16개국, 남아메리카 13개국 등 66개국이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신동희 검역관은 “건강상태질문서에 휴대전화번호나 거주지 주소가 빠졌는지 반드시 체크하고 승객 발열 여부도 열화상 카메라로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객의 여권과 건강상태질문서를 전자검역인식기에 넣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승객들마다 ‘왜 이렇게 더디냐’는 듯 눈총을 줬다. 급기야 검역대 앞의 줄이 한참 길어졌다. 한 명이라도 놓치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방어벽에 구멍이 뚫린다는 생각에 검역관 체험을 하는 약 30분 내내 식은땀이 났다.

○ 호흡기 질환, 고열 나면 ‘1339’ 신고

검역을 통과하려 호흡기 이상 증상이나 고열이 있음에도 말을 하지 않는 승객도 있다. 일부 여행사는 여행 도중 열이 나서 해열제를 복용했어도 건강상태질문서에는 체크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경우도 있다. 김태경 검역관은 “만약 질문서 작성을 기피하거나 거짓 작성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내 건강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한 것이어서 빠짐없이 솔직하게 적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박모 씨(30·여)가 콧물 등의 증상을 호소해 추가 조사를 했다. 즉, △중동에 체류한 국가는 어딘지 △체온측정, 약복용, 현지 병원 방문 유무, 낙타 접촉 유무 등을 자세히 물었다. 박 씨처럼 증상이 경미하면 14일 이내에 발열을 포함한 호흡기 증상이 발생할 경우 병원에 바로 가지 말고 1339에 신고하라는 보건교육을 간단히 하고 보낸다. 지난해에만 3620여만 명이 검역을 받았고 현장에서 의심환자로 검역돼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된 승객은 62명, 미열과 감기 등의 증세로 일단 스스로 관찰하는 수동감시는 186명에 이른다.

승객들은 가족이 여행할 때 대표로 한 명만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도 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세관신고서와는 달리 질문서는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어서 가족 모두 제출해야 한다. 주소와 휴대전화번호는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생각해 기재하지 않기도 하지만 감염병이 퍼졌을 때 보건당국에서 바로 연락을 취해야 하는 만큼 꼭 적어야 한다.


○ 검역은 바다에서도

아부다비, 두바이, 카타르 도하 등 중동에서 오는 승객들은 여권과 함께 노란색의 건강상태질문서(OMR카드)를 함께 제출하는 특별검역을 받는다(왼쪽 사진). 지난달 25일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이 해상에 정박한 선박 내부에서 필리핀 선원의 체온을 재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당국은 ‘하늘길’뿐만 아니라 바닷길에서도 감염병 유입을 막아내고 있다. 공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입항하려는 선박은 모두 검역 대상이다. 선박 검역관은 입항 전 선박 선원들의 건강 이상 여부 및 인원을 파악하고 선박위생관리증명서 등 서류를 확인한다.

특히 콜레라 페스트같이 감염병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온 선박은 승선 검역을 한다. 검역관이 높이 20m 안팎의 선박을 줄사다리로 올라간다. 자칫 떨어지면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가 구조가 어려울 수도 있어 해상 상황이 좋지 않은 날엔 승선 검역을 나가지 않는다.

배에 오른 검역관은 선원들의 체온을 직접 재고 설사나 기침 등 증상은 없는지 확인한다. 주방 식품창고 화장실 등에서 바퀴벌레 같은 감염병 매개체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주방 싱크대와 도마, 화장실 변기에서 샘플을 채취해 추후 병원균 유무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의무실에 들러 환자 진료기록과 보관된 의약품을 점검한 뒤 이상이 없으면 ‘이상 없음’을 알리는 검역증을 선장에게 주는 것으로 검역은 마무리된다. 비(非)오염지역에서 온 선박은 온라인으로 서류를 받아 검역한다.

매년 국립검역소가 공항과 항만에서 검역하는 항공기와 선박은 연 30만 대 안팎이다. 박기준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검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며 “그만큼 신중하고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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