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덕분에 생산성 오르고 재해율 줄어… ‘청년들 찾아오는 공장’ 변신

강홍구 기자

입력 2019-12-19 03:00 수정 2019-1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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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 현장

경북 칠곡군 소재 자동차부품기업 화신정공 생산 라인에서 6축 다관절 로봇이 가동되고 있다. 화신정공은 2016년 생산량을 늘리고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 로봇 2대를 도입했고 지금은 13대까지 늘렸다. 화신정공 제공
경북 칠곡군 소재 자동차부품기업 화신정공은 2016년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주문량이 늘면서 생산 라인 확대가 불가피했고 직원들의 잦은 이탈도 고민거리였다. 무거운 부품을 나르면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다 2, 3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았다.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1981년 설립한 화신정공은 국산 완성차에 들어가는 정밀 가공부품 액슬 하우징, 섀시부품 크로스멤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 청년 직원 사로잡은 스마트공장

화신정공이 선택한 대안은 로봇이었다. 회사의 주력 상품 라인에 6축 다관절 로봇을 2대 도입했다. 사람의 팔을 빼닮은 이 로봇은 무게 3∼5kg짜리 드라이브 기어를 들어올려 여러 차례 옮겨 싣는 역할을 했다. 공작기계에서 적재장으로, 또 배송트럭으로 쇳덩이를 실어 날랐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매일 수백 번 무거운 쇳덩이를 날라야 했던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노동생산성은 올라갔고 불량률은 낮아졌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부상 위험에서 벗어났다. 로봇 1대 도입에만 약 4000만 원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도입으로 효과를 본 화신정공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진행했다. 초정밀 자동차부품 제조 라인을 포함해 34개의 공정에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적용했다. 한층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화신정공은 시간당 생산량을 40% 이상 개선했고 납입기일도 100% 준수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율 0%를 기록하게 됐다. 화신정공은 현재 6축 다관절 로봇을 13대로 늘렸다.

‘2030 청년 직원’이 늘어난 것도 큰 변화다. 로봇 도입 전 2, 3명에 불과했던 20, 30대 청년 직원은 현재 20여 명까지 늘었다. 2017년에는 40세 미만 청년을 11명 채용해 경북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신정공의 김철우 전무는 “단순히 생산직이 아니라 시스템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면서 젊은 인재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이 터치식 작동장치에 더 쉽게 적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화신정공이 스마트공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2015년 9월부터 MES 시스템 구축 등에 들인 8억3000만 원 중 절반에 가까운 4억 원을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사업으로 해결했다.

한 직원이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운영하는 모습.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으로 거듭난 화신정공은 시간당 생산량을 40% 늘렸고 산업재해율은 0%를 기록했다. 화신정공 제공
현재 화신정공은 화신로봇관리시스템(HRMS)이라는 자체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로봇과 부품을 관리해 고장을 예방하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완성차 업체와 미래형 차량의 부품 생산을 논의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도 찾아나가는 단계다. 장기적으로는 로봇의 부품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김 전무는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한 덕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신정공은 올해 중기부의 시범공장에도 선정돼 안전재고 유효성 검증을 통한 적정 재고 관리시스템 구축, 공정품 전수자동검사기 도입을 통한 공정 불량률 최소화 등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공장 도입을 희망하는 대구·경북지역의 기업들에 견학 기회를 제공해 운영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 과거 다른 공장의 문을 두드리며 벤치마킹 사례를 공부했던 경험을 잊지 않고 다른 업체에도 문을 연 것. 김 전무는 “주로 스마트공장의 구축비용, 효과, 장단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고민만 하지 말고 당장 문을 두드리면 중기부의 컨설팅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2년까지 전국 스마트공장 3만 개 보급

지난해 12월 정부는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주도하에 관계부처가 함께 전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2022년까지 전국에 스마트공장을 3만 개 보급하고 스마트 산업단지를 10개 조성하며 안전한 제조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

화신정공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마트공장 도입의 효과는 이미 결과로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연구 결과도 그렇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 7903개는 평균 생산성이 30%, 품질은 43.5% 높아졌다. 납기 준수율도 15.5% 올랐다. 반대로 원가는 15.9%, 산업재해율은 18.3% 낮아졌다. 생산성 향상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고용도 평균 3명 늘었다.

중기부는 올해에도 10월까지 3797개 기업을 스마트공장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올해 보급 목표(4400개)의 86.3% 규모다. 원활한 사업을 위해 정책자금 2조 원, 펀드 3000억 원도 조성했다.

단순 재정 지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기업 등 퇴직 전문인력 200명을 중소기업에 파견해 기술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5개 부처가 힘을 합쳐 2022년까지 10만 명을 목표로 스마트공장 전문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올 10월까지도 재직자 직무전환 1만748명, 신규 4864명 등 총 1만5612명을 전문 인력으로 키워냈다. 산업단지 근처에 스마트 랩을 구축했고 스마트공장 배움터도 구축했다. 전국에 스마트공장 거점 학교도 13곳 선정했다.

대기업,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지난해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올해는 LG전자도 추가됐다. 지난해 121억 원이었던 대기업 출연금도 올해 210억 원(잠정)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측은 “정부지원을 받아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의 참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전국 19개의 테크노파크(TP)에 스마트제조혁신센터를 구축하는 등 지역 중심의 스마트공장 보급체계도 확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개 지자체에서 96억2000만 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던 것이 올해는 16개 지자체, 488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는 국내 영세기업의 성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중기부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연결해 중소 제조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일례로 국내 첫 등대공장(등대가 불을 비춰 배를 안내하듯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와 함께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인공지능(AI) 서비스 지원 등 포스코형 스마트 공장 확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제조 혁신을 위한 노력은 이어진다. 중기부는 내년도 핵심 정책 과제를 ‘세계 최강의 DNA(Data, Network, AI) Korea 구축’으로 내걸고 빠르고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이 시장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신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책 패러다임도 전환한다. 기존 스마트공장 보급에 중점을 뒀다면 내년에는 AI 기반 스마트공장 고도화로 레벨 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제조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중소기업이 손쉽게 스마트공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용량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및 제어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 전용의 AI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터 도입도 추진한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더 똑똑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AI와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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