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실수한 한돌…토종 바둑 AI, ‘알파고’까지는 아직인가

뉴시스

입력 2019-12-18 16:43 수정 2019-12-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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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이 개발한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이 18일 첫 대국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이세돌 9단에 졌다. 국내 바둑 AI 대표주자인 한돌이 싱겁게 지면서 토종 바둑 AI 기술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세돌 9단은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제1국에서 한돌을 상대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을 했을 경우에 이뤄진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에서 2점을 먼저 놓고 시작했다. 같은 조건에서는 인간이 AI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이러한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했다. 그만큼 한돌의 승리를 점치는 예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AI 한돌은 중반에 웬만한 프로기사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저질러 승부가 갈렸다. NHN 관계자는 “이세돌 9단은 최근 10일간 두점바둑을 집중적으로 연구, 수비적으로 출발했다”며 “이세돌 9단이 씌우는 맥점(78수)을 두었고, 이 수를 예측 못한 한돌은 당황, 공격하던 한돌의 요석이 잡히면서 허망하게 종국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78수는 프로기사라면 흔히 두는 맥점이지만 세계 최강의 AI 바둑이라는 중국의 절예도 못 본 수이며, 벨기에의 릴라제로도 못 본 수”라면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 때 유일한 승리를 거뒀던 신의 한수 78수와 똑같은 78수로 첫 판을 승리했다”라고 말했다.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 게임을 통해 쌓아온 방대한 바둑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서비스하는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NHN은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가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꺾어 한국 사회를 놀라게 한 것을 계기로 10개월여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년 12월에 한돌을 내놓았다.

NHN이 이번에 공개 대국을 준비한 것은 그간 쌓은 AI 기술력을 널리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NHN은 자체적으로 현 한돌 3.0 버전이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 2017년 커제와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기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밝혀왔다.

또 세상에 나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한돌의 성적표도 우수했다.

한돌은 작년 12월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이뤄진 ‘프로기사 TOP 5 vs 한돌 빅매치’ 이벤트에서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과 국내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까지 5연승을 거뒀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 참여해서는 일본, 대만, 벨기에 등 각국의 대표 AI 바둑을 제치고 3위 달성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당시 대회 우승과 준우승은 중국의 ‘절예’와 ‘골락시’가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첫판이 싱겁게 끝나면서 AI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기보다 ‘인간의 벽’을 절감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세계 최고 바둑 AI로 꼽히는 알파고와의 격차를 실감케 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등장한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치수 없이 호선(맞바둑)으로 대결해 4승 1패를 기록했다. 물론 이세돌 9단이 2점을 미리 깔고 대국에 임했고, 추가로 2번의 대결이 남아 있어 최종 승패를 단정 짓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

NHN 정우진 대표는 “과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맞붙던 시점에는 과연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승부’나 ‘대결’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부터 열릴 대국은 승패 결과보다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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