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아니면 서울 아파트 못 사… 장기 효과는 미지수”

이새샘 기자 , 김호경 기자 , 유원모 기자

입력 2019-12-17 03:00 수정 2019-12-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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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전방위 규제, 이번엔 집값 잡을까

이번 12·16부동산대책의 핵심은 돈줄을 말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특정 시세 이상의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초강수를 기습적으로 시행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에 대해 대체로 ‘단기 조정 후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예전 대책과 마찬가지로 수요를 억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9억 원이 넘는데 정부가 무주택자 주택 구입까지 막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6·19대책, 8·2대책, 지난해 9·13대책에 이어 대출, 세제를 망라한 종합대책 형태로 발표된 것만 이번이 네 번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개별 대책까지 포함하면 13번째다.


○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효과 낼지 관심

정부는 2.5개월에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놓았고, 그때마다 집값은 잠시 주춤했을 뿐 다시 올랐다. 올해 하반기(7∼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8억2376만 원으로 2017년 상반기(1∼6월) 5억8524만 원에 비해 40.8%나 올랐다.

이번 대책이 이전과 차별화되는 점은 일부 거래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낮춰 내년 6월까지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17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다. 주택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 감면 혜택도 다주택자에게 주기로 했다.

정부는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혜택도 줄여 주택이 거래 시장에서 줄어들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까지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촉진했다가 이번에는 혜택을 확 줄였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에게 기존 주택 처분 기회를 줘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는 일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양도세 중과 조건에 분양권도 포함시키는 등) 상반되는 효과의 정책도 함께 포함돼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금 부자만 강남집 살 수 있게 하는 정책” 불만

이번 대책으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더라도 현금 부자만 사게 될 것이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나온다. 회사원 김모 씨(36)는 “서울의 신축 아파트가 대부분 9억 원대가 넘는데, 대출을 조이면 무주택자는 평생 전세살이를 하란 말이냐”며 “앞으로 집은 현금 부자만 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의 9억 원 이상 아파트는 전체의 36.6%에 이른다. 10채 중 4채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고가 주택’에 포함되는 것이다.

15억 원 이상 주택 담보대출 금지 등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초강도 대책이 나오자 시장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15억 원 이상인 아파트를 계약하고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대출을 못 받는 것이냐”는 문의 글이 쇄도했다. 일각에서는 “개인 재산인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을 전면 제한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나왔다.


○ 수요 억제책 반복일 뿐…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

정부는 주말 사이 긴급하게 고위급 당정협의를 진행하는 등 소수 관계자만 참여한 가운데 이번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도 기습적이었다. 그만큼 ‘특단의 조치’로 생각하고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가격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집값 안정보다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가격이 안정돼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 상황”이라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규제는 향후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만 높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급 확대와 관련된 확실한 대책이 없어 집값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이번 대책이 조정대상지역 등에 집중되면서 그 외의 지역으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새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 높아지고, 경기 수원 등 수도권의 비규제지역으로 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에 다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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