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 명예회장 철저한 장자 우선 원칙…‘무고’의 승계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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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2-15 07:26 수정 2019-12-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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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능성 구씨 대종회장을 맡아 활동하는 모습. (LG 제공)
14일 향년 94세의 나이로 별세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무고(無故) 승계’를 실현하며 재계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회장에 오른 지 25년, LG그룹에 몸담은 지 45년 만인 1995년 2월, 70세의 나이에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때 지켜졌던 것이 장자 승계의 원칙으로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제3대 LG그룹 회장에 오른다. 구자경 명예회장 역시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장남이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본인 스스로 20년간 혹독한 실무를 경험했듯, 구본무 회장 역시 20여 년간 현장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했다.

구 명예회장은 평소 “아무리 가족이라도 실무경험을 쌓아서 능력과 자질을 키우지 않는다면 승진도 할 수 없고 중책도 맡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구 명예회장은 LG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명예회장의 6남 4녀 중 장남으로 1925년 4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950년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1969년 부친이 타계하며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대 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25년간 LG그룹을 이끌며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 LG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 명예회장은 70세였던 1995년 2월 그룹 총수 자리를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승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5년까지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했고, 이후에는 명예회장으로 있어왔다. 사진은 구 명예회장 75세 생일 가족사진. (LG 제공)
당시 국내 주요 대기업의 회장직 승계자는 임원급으로 회사에 발을 디뎌 경영수업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구 명예회장은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회사의 과장 책임자부터 단계적으로 실무를 수행하게 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했다.

그러면서 구 명예회장이 특히 강조한 것은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생활자세였다. 1995년 회장직 승계 당시 구 명예회장은 故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혁신은 끝이 없다. 자율경영의 기반 위에서 경영혁신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그룹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시켜 합의에 의해 일을 추진하라. 권위주의를 멀리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자 승계의 원칙은 그 이후로도 이어져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기 이틀 전, LG그룹은 그의 양자인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에 회장을 맡기며 4세 경영시대를 알린다.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의 친부는 이번에 별세한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따라서 구광모 회장과 구본무 회장과는 본래 삼촌과 조카 사이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2004년 구광모 회장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케 했다. 구본무 회장은 본래 슬하에 장남인 구원모씨와 구연경, 구연수씨 등 1남2녀를 뒀지만 원모씨가 20세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는다.

구본무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 73세에 별세하면서,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부분 대리로 입사 한 이후 선대 회장들보다 훨씬 짧은 12년 만인 2018년 만 40세의 젊은 나이에 총수에 올랐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사진 왼쪽)이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고인이 자신의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오른쪽)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LG 제공)
구 명예회장의 3남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당시 부회장으로서 그룹 내 영향력이 상당했지만, 장자 승계의 원칙이 우선한 셈이다.

이는 본래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GS그룹과는 사뭇 다른 승계 방식이다. LG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의 창업은 구인회 회장과 허만정 회장의 동업으로 이뤄졌고, 그룹의 성장 후에는 상속 문제로 다투는 일이 없게 하려고 LG그룹, LIG그룹, LS그룹, GS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2005년 공식 출범한 GS그룹의 경우 이달 허창수 초대 회장이 최근 물러나면서 그의 넷째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에 올랐다. LG그룹과 같은 방식을 택했다면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회장 올라야 했다. 무고의 승계는 LG와 GS가 함께 보여줬지만, 장자 승계의 원칙은 LG만 고수한 셈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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