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 소식에…수출의존 높은 한국 경제 ‘청신호’

세종=주애진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19-12-13 17:50 수정 2019-12-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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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질 수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합의의 첫 단추를 끼웠으니 글로벌 통상환경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했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미중 무역갈등이 원만히 해결되면 그간 우리 경제에 여러 경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외여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것은 수출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1~9월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폭(―9.8%)이 가장 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 10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분쟁의 파장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26.8%였다.

다만 이번 합의로 분쟁 해결의 물꼬는 텄어도 양국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 는 점에서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1단계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언제든 양국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정치적 성과가 급한 양국 정부의 ‘미니딜’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대규모 농산물 구매 약속을 받아낸 점을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에게 선전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관세 인하를 얻어냈다고 주장할 수 있어서다.

당장의 ‘미니딜’을 위해 민감한 이슈들을 다음으로 넘긴 것도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번에는 양국이 첨예하게 맞선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난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협상카드인 관세를 지나치게 양보해 앞으로의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협상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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