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파행 와중에도… 지역구 사업예산 슬쩍 끼워넣고 늘려

세종=송충현 기자 , 최혜령 기자 , 황형준 기자

입력 2019-12-12 03:00 수정 2019-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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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림 예산심사속 실속 챙긴 실세들
총선 앞두고 선심성 대거 포함… 소수정당들 ‘4+1협의체’ 혜택
국회 본관 리모델링 비용도 추가
與지자체장 지역 예산증가 눈길


정부와 국회가 내년도 예산을 512조 원짜리 초(超)슈퍼급으로 꾸린 것은 복지를 늘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편 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초 정부안에 없던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대거 포함됨에 따라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에 혈세가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여야 의원들 지역구에 ‘예산 폭탄’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30일까지 이뤄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 및 소소위 심사에서 민원성 예산을 대거 밀어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도 예산은 여야 교섭단체 3당 간사 간 협상인 이른바 ‘소소위’ 협의가 중단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를 통해 수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수정안을 만들기 전부터 의원들의 쪽지예산이 국가예산에 끼어든 정황이 많다. 한 국회 관계자는 “4+1 협의체에서는 각 당이 정책적으로 요구하는 감액 논의가 다수였다”며 “소소위 협상이 무산돼도 의원들이 필요로 하는 증액 예산은 이미 반영된 상태였던 셈”이라고 전했다.

여야 의원들이 각 당 예결위 간사를 통해 증액이 필요한 지역구 사업예산을 요구하면 각 당 간사들이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에 예산 반영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진 의원은 정부예산 편성 과정부터 기획재정부 출신 의원이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통해 입김을 가하기도 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시킨 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로 증액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은 7, 8월에 만들고 국회 심의는 그 후에 하니 타당성 조사가 끝나거나 사업성 여부에 변화가 생겨 예산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쪽지예산 해석을 경계했다.

소수 정당들이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4+1 협의체의 혜택을 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북 지역 의원이 많은 민주평화당은 당초 예결위 소위에 자기 당 의원이 배제되자 반발했지만 4+1 협의체를 통해 예산을 확보했다. 민주평화당은 “정부 예산안에 비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북 예산이 5327억 원 증액됐다”며 “전북도가 요구했으나 기재부와 국회 상임위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23건의 신규 사업도 237억 원에 반영됐다”고 홍보했다.


○ 건물 외관 꾸미기 등 불요불급한 사업 수두룩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이 늘어난 것 자체를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나 도로 정비 등 안전, 삶의 질과 밀접한 사업도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광지 조성, 건물 외관 꾸미기 공사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사업에 혈세가 투입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4+1 협의체 협상에 참여한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는 정부안에 없던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 예산 7억2500만 원을 확보했다. 익산세계유산 탐방 거점센터 건립 사업비는 당초 정부안(45억7100만 원)보다 14억 원 늘었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정부안에 없던 고창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사업에 2억 원, 고창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에 5억 원을 추가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의 목포 관련 예산 중에는 목포대 도서관 외부 미관 개선 공사 10억 원이 포함됐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에 3억 원, 두무소 생태탐방로 조성에 1억 원의 예산을 따냈다. 국회와 관련된 예산도 늘었다. 국회 본관 리모델링 예산이 23억 원, 국회 결혼식장으로 주로 쓰이는 사랑재 환경 개선 예산이 14억 원 추가됐다. 국회청사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구 교체비(1억7400만 원)와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지원비(3억1900만 원) 등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됐다.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 지역의 예산 증가도 눈에 띈다. 오거돈 시장이 있는 부산에 지원되는 국비 예산은 전년보다 8100억 원(12.9%) 늘어 처음으로 7조 원을 돌파했다. 김경수 지사의 경남은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 명목으로 30억87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 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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