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대 증차” 벌집 쑤신 ‘타다’ 이재웅 대표의 ‘말폭탄’

뉴스1

입력 2019-12-10 10:55 수정 2019-12-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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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꿈꾸는 기업을 이렇게 쉽게 문 닫게 만들어 가는데 어떻게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나. 잘못된 법안을 지금이라도 철회해달라.”(이재웅 쏘카 대표)

“표를 의식한 졸속 법안이라는 이 대표의 주장은 정부와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웅 쏘카 대표가 일명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격양된 ‘설전’을 벌였다. 이들은 서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9일 박홍근 의원은 “이재웅 대표는 감정적 대응 자제하고 택시산업의 상생과 혁신 법안 통과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전날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홍근 의원과 국토부는 타다 금지법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여론전을 펼치는 일을 그만둬 주길 바란다”며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반론을 담은 내용이다.

이 대표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붉은 깃발법’(적기법)과 다를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적기법은 마차 사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킬로미터(Km)로 제한하고 붉은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기수를 반드시 고용하도록 한 법이다.

영국은 적기법의 영향으로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 등에 뺏기게 된다. 이 대표는 타다 금지법 역시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이제 막 태동한 모빌리티 산업을 죽이는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 의원을 향해 “택시와 카카오는 만나면서 왜 타다는 한번 만나지도 않았나”라며 “조사도 없고 의견 청취도 없이 만들어진 국토부 안에 졸속으로 타다 금지조항을 넣어서 발의한 건 박홍근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런 이 대표를 향해 “스스로 모빌리티 업계를 과잉대표하며 자신만이 혁신가이고 타다만이 혁신기업이라고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붉은 깃발법이 아니라 택시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한 법안”이라고 맞받아쳤다.

◇감정 섞인 ‘페북 설전’ 이해관계자 자극

이 대표는 ‘붉은 깃발법’을 앞세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원을 비롯해 법안 통과에 찬성하고 있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부장관 등을 저격하는 글을 연일 올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이 대표의 ‘페북 여론전’이 오히려 이해당사자인 정부와 정치권, 택시업계를 자극해 오히려 타다 금지법 통과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자신을 ‘불법 콜택시 영업 범죄자’ 등으로 표현한 김경진 무소속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타다 금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는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1년6개월의 ‘시한부’ 신세가 되는 타다는 이 대표가 나서 여론전을 펼치는 것 외에 딱히 대항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타다 금지법 논의 이전부터 이 대표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당·정·청을 향한 ‘작심 비판’을 이어왔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비판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관료들과 설전을 벌여 ‘혁신 전도사’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작은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타다가 지금처럼 주목을 받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발언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것도 벤처 1세대인 이 대표의 ‘이름값’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거침없는 직설 화법이 회사 경영엔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페이스북을 통한 일방적인 소통법은 택시업계와 정부, 정치권이 이 대표를 협력 의사가 없는 ‘독불장군’으로 비춰지게 했고, 심지어 스타트업 업계 내부에서도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에 대한 고려 없이 타다의 입장만 내세워 갈등만 조장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만 대 증차’로 협상 테이블에 ‘폭탄’…‘타다 금지법’ 부추겨

득 될 게 없었던 독설과 함께 이 대표의 가장 큰 전략적 실패는 지난 10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1만대 증차’ 계획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타다를 택시제도 개편방안 실무논의 기구에 포함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 했다. 타다가 이용자들에게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고 9000여명의 드라이버에 대한 일자리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기조가 강했다.

하지만 실무기구가 운영되는 도중에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타다는 갑작스럽게 내년 말까지 운영차량을 1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택시업계는 타다가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사업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국토부는 당장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운수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며 사실상 타다 금지법을 ‘선전포고’ 하기도 했다. 타다 측은 부랴부랴 연말까지 증차를 보류하고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타다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붓자 택시업계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운행 금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박홍근, 김경진 의원은 택시기사들 앞에서 타다 운행을 제한하는 법안 발의를 약속했다.

◇안갯속 사업 전망에 정부에 대한 불신…투자 유치 조바심에 ‘자충수’

타다가 1만대 증차 계획 발표로 협상 테이블에 ‘폭탄’을 떨어뜨린건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토부가 연내 법안 통과 목표를 밝히면서 차량 허가대수나 기여금 등에 대해선 시행령을 통해 정하겠다고 미루자 당장 투자 유치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타다가 무리수를 썼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렌터카 운행의 합법성이나 기여금 등에 대해 빨리 약속을 받고 싶었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법안에 넣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부나 택시 업계가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강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타다가 1만대 증차 계획 발표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급하게 행동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앞서 카풀이나 공유버스 등이 제도권 편입 이후 사실상 고사한 점도 정부를 순순히 따르기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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