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한달’ 집값 더 뛰고 청약 더 과열…“누굴 위한 규제냐”

뉴스1

입력 2019-12-09 06:16 수정 2019-12-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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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선정 지역 발표가 한 달이 지났다. 상한제 발표 이후 집값 상승 폭은 되레 확대하고 청약시장도 더욱 과열되면서 업계와 시장에선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콕 집은 강남3구 더 오르고…과천 등 수도권 ‘풍선효과’

9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23주 연속 상승했다. 민간 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로는 24주째다.

공교롭게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오름폭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6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8개구 27개 동(洞)을 민간택지 상한제 지역으로 선정했다. 발표 직후 서울 집값 상승 폭은 주춤했으나, 최근 3주 연속 확대해 상승률은 0.13%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상한제 타깃으로 삼은 강남3구의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강남구 상승률은 0.27%로 발표 직전(0.12%)의 2배 이상을 기록했고, 서초구(0.13%→0.2%)와 송파구(0.15%→0.17%)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 인접 수도권 주요지역은 더 올랐다. 준강남권으로 불리는 과천은 0.51%에서 0.88%까지 오름폭을 키웠고, 안양 역시 발표 직전 상승률(0.07%)의 5배 이상인 0.37%를 기록했다. 성남 분당(0.25%→0.33%), 하남(0.46%→0.59%), 광명(0.27%→0.34%) 등도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더 오르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상한제 발표 이후 공급 축소 우려로 서울과 인접 수도권은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면서 “규제 발표로 집값만 올려놓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높아진 당첨 가점에 속출하는 3040 ‘청포족’

분양 시장은 더 달아올랐다. ‘로또 청약’ 열풍은 더 거세졌고, 당첨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달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에 분양한 ‘르엘 신반포센트럴’은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이 70점을 넘었다. 강북권에 비교적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분양 단지도 가점 60점은 돼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당첨문이 좁아지면서 30·40세대를 중심으로 청약 포기자도 속출하고 있다. 가점 60점은 아이가 둘인 부부가 무주택 기간 11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은 돼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무주택자로 매월 청약 통장에 입금하는 30·40세대에게 청약 당첨은 남의 얘기인 것.

기존 아파트 집값은 더 오르고, 청약 당첨마저 어려워지면서 시장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게다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마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더 부었다.

최근 청약 통장을 해지한 30대 후반 A씨는 “정부가 청약 시장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갔다고 하는데 ‘현금 부자’라는 단어를 빠뜨린 것 같다”며 “주변에 저 같은 ‘청포(청약 포기)족’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시장 안정은커녕 불안 심리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상한제와 관련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학과 대학교수는 “상한제 발표 한 달을 돌이켜보면 결국 서울 알짜 지역에 집을 가진 유주택자만 웃고 있다”며 “신축이든 구축이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지면서 시장 참여자의 불안 심리만 자극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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