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마윈 ‘도쿄포럼’ 회동 “늑대의 야성으로 미래 AI시대 준비해야”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19-12-07 03:00 수정 2019-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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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동물적 감각으로 미리 알아
기업의 성패는 인재 육성에 달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다. ‘늑대의 야성’을 지니고 AI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62)과 마윈 중국 알리바바 창업주(55)가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도쿄포럼’에서 AI 시대에 대한 낙관적 관점과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둘은 세계적 기업가가 된 지금도 자신들이 ‘늑대의 야성’을 갖고 있다며 “개와 늑대가 서로를 냄새로 알듯 우리 둘도 같은 동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동물적 감각으로 AI 시대가 올 것을 알았다”며 “이때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최고 교육 임원이 되어야 하며 기업의 성패도 인재 육성에 달려 있다”고 창의적 교육의 중요성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의 창업 이듬해인 2000년 중국에서 마 창업주를 만났고 단 10여 분간의 짧은 만남 후 2000만 달러란 거액을 투자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로 거듭났고 둘은 내내 돈독한 교분을 이어왔다. 이날 마 창업주는 손 회장을 “20여 년간 친구, 동반자, 영혼의 단짝(soulmate)으로 지냈다. 비전과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며 “첫 만남에서 손 회장이 5000만 달러 투자를 언급해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마 창업주의 어깨를 툭툭 치며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인 손 회장도 “다른 이는 ‘투자’를 얘기했지만 그는 ‘꿈’을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마 창업주는 “AI로 인해 직업의 50%가 없어질 수 있다. 교육이 더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직장을 없애는) AI가 나쁜 게 아니라 AI 시대에 대비하지 않는 것이 나쁘다”고 했다. 손 회장도 “일본의 교실은 조용하고 학생들은 필기하느라 바쁘다. 수학 공식과 역사를 외우기만 한다”며 “사람과 기계는 달라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그는 AI 시대의 가장 빛나는 기술과 기업을 모아놓은 것이 자신의 비전 펀드라며 “300년을 이어갈 기업을 만들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날부터 8일까지 열리는 도쿄포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설립한 ‘최종현학술원’이 도쿄대와 올해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국제 포럼이다.

▼ 최태원 “전세계 지정학적 위기… 이런 긴장 상황 없었다” ▼

韓日기업 미래재단 설립 제안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지정학적 위기’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 이후 3개월 만이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무기화하고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긴장된 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남미, 중동,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고조되고 미중 무역전쟁, 보호무역 등이 세계 무역과 성장을 해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양국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을 ‘미래 재단’을 만들자”며 동북아 국가의 화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양국 기업이 5세대(5G) 통신 환경을 제공하는 테스트베드를 만들면 양국 스타트업이 자율주행차 실험 등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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