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신임 현대차 노조 위원장 “‘뻥파업’ 시대 지났다”

울산=김도형 기자

입력 2019-12-05 21:58 수정 2019-12-0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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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도 이제 ‘뻥파업’, ‘묻지마 투쟁’을 식상해 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시대 변화 적응 못하면 현대차는 오래 갈 수 없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고용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이상수 신임 현대차 노조위원장(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이렇게 밝혔다. 이 신임 지부장은 3일 치러진 8대 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49.9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선 직후 공개적인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신임 지부장은 ‘강경 투쟁’을 앞세우는 방식보다는 고용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원칙 아래 조합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이 내세웠던 ‘실리’라고 강조했다.

중도·실리 노선으로 평가받아 온 이 신임 지부장은 이날 노사 관계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회사가 발전할 때 고용의 안전장치가 지켜질 수 있다”며 “회사와 노조가 서로 열린 자세로 정책적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노조도 인식하겠다는 것이다.

이 신임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대단히 성숙해져 있다”며 “그동안의 ‘뻥파업’, ‘묻지마 투쟁’ 이런 것에 대해 속지도 않을뿐더러 식상해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고용을 지키고 회사의 이익을 제대로 분배하는 정의를 지켜내겠다는 것이 이른바 ‘실리’이고 많은 조합원이 이런 것을 인식하고 공감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공정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의 고용을 지키면서 발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임 지부장은 “4차 산업혁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기자들도 알고 현장 조합원도 알고 있다”며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부품이 줄어들면 누가 봐도 (고용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울산 아산 전주 등 전체 위원회의 울타리 안에서 고용이 지켜지는 방식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내년부터 정년퇴직자가 2000명까지 증가한다”고도 했지만 이런 상황을 ‘고용축소의 완충지대’로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답하지 않았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제조 중심의 사업구조를 제품과 서비스 양대 구조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신임 지부장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 못하면 현대차가 오래갈 수 없다”며 “(변화에 적응 못한) 필름 회사들은 망하지 않았나”고 되물었다.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수뇌부가 변화에 잘 대응해야 고용의 미래 역시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이 신임 지부장이 향후 2년 동안 취하는 태도가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임 집행부는 중도·실리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조직의 연합군 성격으로 당선됐다고 볼 수도 있다”며 “노사 간의 첨예한 이슈에서 실제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임 지부장은 이달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2년 동안이다.

울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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