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GDP 물가’ 20년만에 최대폭 하락… 커지는 D의 공포
이건혁 기자
입력 2019-12-04 03:00 수정 2019-12-04 03:00
소비-수출물가 종합 GDP디플레이터… 1.6% 하락… 4분기 연속 마이너스
반도체 등 가격 떨어져 수출부진 탓… 3분기 실질GDP 증가율은 0.4%
일각 “투자 위축-저물가 장기화땐 한국경제 뇌관 가계빚 건들 우려”
한국 경제의 전반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디플레이터가 약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교역 환경이 악화되고 내수 부진도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3분기(7∼9월)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소비, 수출, 투자 등에 대한 종합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9년 2분기(―2.7%)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 역시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한 후 처음이다.
GDP디플레이터는 한 국가의 모든 경제 활동과 관련된 물가 수준을 뜻한다. 이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은은 GDP디플레이터가 하락한 건 수출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DP디플레이터 구성 항목 중 수출(―6.7%)이 내수(1.0%)나 수입(―0.1%)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제품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며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는 기업 투자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정부의 세수 악화, 가계소득 및 소비 부진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은은 GDP디플레이터의 하락이 디플레이션(경기 부진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내년 이후에도 상승률이 점차 올라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0.7%에 그치겠지만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1.0%, 1.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부진한 내수 경기를 감안하면 저물가, 저성장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는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민간 기업의 투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숀 로치 S&P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국내 핵심 리스크(위험)는 디플레이션”이라며 “이것이 임금을 통해 가구 부채 상환능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의 위축과 저물가의 장기화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 문제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경고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GDP디플레이터 하락을 근거로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S&P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9%, 내년 2.1%로 제시하면서 “한국 경기가 올해 바닥을 쳤고 내년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세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4%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4분기 성장률이 0.93∼1.30% 범위로 나타나면 올해 2% 성장률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불용예산 집행에 나서고 있어 달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반도체 등 가격 떨어져 수출부진 탓… 3분기 실질GDP 증가율은 0.4%
일각 “투자 위축-저물가 장기화땐 한국경제 뇌관 가계빚 건들 우려”
한국 경제의 전반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디플레이터가 약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교역 환경이 악화되고 내수 부진도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3분기(7∼9월)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소비, 수출, 투자 등에 대한 종합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9년 2분기(―2.7%)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 역시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한 후 처음이다.
GDP디플레이터는 한 국가의 모든 경제 활동과 관련된 물가 수준을 뜻한다. 이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은은 GDP디플레이터가 하락한 건 수출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DP디플레이터 구성 항목 중 수출(―6.7%)이 내수(1.0%)나 수입(―0.1%)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화학, 철강 등 주요 수출제품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며 “수출 기업의 실적 악화는 기업 투자와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정부의 세수 악화, 가계소득 및 소비 부진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은은 GDP디플레이터의 하락이 디플레이션(경기 부진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내년 이후에도 상승률이 점차 올라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은 0.7%에 그치겠지만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1.0%, 1.3%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수출 의존도와 부진한 내수 경기를 감안하면 저물가, 저성장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는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민간 기업의 투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숀 로치 S&P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의 국내 핵심 리스크(위험)는 디플레이션”이라며 “이것이 임금을 통해 가구 부채 상환능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의 위축과 저물가의 장기화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 문제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경고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GDP디플레이터 하락을 근거로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S&P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9%, 내년 2.1%로 제시하면서 “한국 경기가 올해 바닥을 쳤고 내년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세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4%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4분기 성장률이 0.93∼1.30% 범위로 나타나면 올해 2% 성장률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불용예산 집행에 나서고 있어 달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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