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세단 모델3 시승해보니… 환경 위하고, 경제적인 주부에겐 안성맞춤

정혜연 기자

입력 2019-12-01 11:28 수정 2019-12-01 11:3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전기차는 성능이 떨어지고 불편하며 비싸다는 편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는 이 모든 편견을 잊게 한다.

전기차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기가스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퇴출 대상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유수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확대 생산을 공식 정책으로 삼고 있고, 국가별로 이에 따른 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탄생한 전기차 브랜드가 미국의 ‘테슬라’다. 2003년 엘론 머스크가 최대 주주로 참여해 탄생한 테슬라는 2008년 1세대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한 뒤 2012년 고급형 세단 ‘모델S’, 2015년 고급형 SUV ‘모델X’, 2017년 보급형 세단 ‘모델3’, 2019년 콤팩트 SUV ‘모델Y’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국내에는 2017년 3월 공식 매장을 오픈하고 모델S와 모델X 판매를 시작했다. 모델3는 2년 전부터 예약 판매 신청을 받았고, 10월 환경부 인증 통과 이후 보조금 9백만원이 확정되면서 11월부터 정식으로 주문 접수를 받고 있다.


실용성을 높인 차량 내·외부

보급형 전기차 세단 모델3의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11월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테슬라 청담스토어를 찾았다. 아담한 규모의 전시장에 검정 운동복 차림의 직원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고급 양복을 입고 머리를 단단하게 빗어 넘긴 정형화된 외제차 판매 직원과는 다른 차림새여서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시장에는 모델S, 모델X, 모델3까지 3대의 차량이 있었다. 고급형 차량인 모델S와 모델X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 상대적으로 모델3가 작아 보였다. 그러나 보급형이라고는 하지만 ‘국민 보급형 세단’이라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보다는 커 보였다.

외부 디자인은 평소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봐왔던 차량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차량 전면부에 그릴이 없어 생소하게 느껴졌다. 내연기관 차량의 그릴은 그릴로 들어온 공기를 이용해 냉각수와 엔진의 열을 식히고, 이물질이 라디에이터와 충돌해 파손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에는 엔진, 라디에이터 등이 없기 때문에 그릴 역시 사라졌다.

그러면 차량이 전면부에서부터 공기의 저항을 오롯이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 데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테슬라 직원은 “그런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 차체 전면부를 일반 차량에 비해 낮게 디자인했다. 또 후면부로 갈수록 높아지게끔 설계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독특한 것은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 프렁크(Frunk) 공간이다. 프렁크는 프런트(Front)와 트렁크(Trunk)가 합쳐진 이름으로 앞쪽 트렁크라는 뜻. 물론 후면 트렁크에 비하면 협소하지만 일주일치 찬거리와 핸드백 정도는 거뜬히 수납 가능한 크기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올 때 카트를 차량 앞에 대고 무거운 짐을 들고 뒤로 갈 필요 없이 프렁크에 담을 수 있어 주부들에게 환영받을 것 같았다. 프렁크에 짐을 알맞게 실을 경우 트렁크의 짐이 운전할 때마다 좌우로 쏠리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직원은 “엔진이 있던 자리를 비우는 대신 프렁크를 만들어 사고 시 운전자의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내부도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공간이 꽤 넉넉했다. 키가 180cm인 사진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여유롭게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또 외제차는 일반적으로 뒷좌석 사이 중간턱이 있는데 이는 내연기관 차량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전기차인 모델3에서는 중간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은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배기관을 뒤쪽으로 빼는 과정에서 실내 공간에도 제약이 생기지만 전기차는 그런 불필요한 장치들이 빠지면서 공간을 더욱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지붕의 프레임을 최소화하고 전면 유리를 장착해 위쪽으로 개방감을 준 것도 눈에 띄었다. 차량 외부 하늘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어 답답함이 덜했다. 햇빛을 그대로 받아 덥지 않을까 했으나 유리 지붕에 자외선 차단을 위한 틴팅 처리가 돼 있어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또 도어의 창문 프레임을 없앤 점도 눈길이 갔다. 고급 스포츠 차량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를 적용해 신선함이 느껴졌다.


진동 없는 출발, 안정적인 주행감

파노라마 선루프, 프렁크, 중앙 패드는 모델3의 특장점이다.
본격 시승에 앞서 테슬라의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에게 차량 조작법에 대해 배웠다. 차 문을 여는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았다. 차량에 연계된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데 발레파킹을 맡기거나 차를 빌려주는 등의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카드키가 발행된다.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 프레임 중간에 카드를 대면 차량을 열 수 있다.

차량 문의 손잡이도 돌출형이 아니어서 당황스러웠다. 스페셜리스트의 설명에 따라 손잡이 끝을 눌렀더니 지렛대처럼 반대편 끝부분이 튀어 나왔는데 이를 잡고 문을 당겨야 했다. 처음에는 번거로웠으나 몇 차례 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 이 역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적 요소라는 설명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엔진 버튼을 찾았지만 보통의 차량에서 발견되는 조작 버튼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시동은 별다른 조작 없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저절로 걸리는데,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 시동이 걸렸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담당 스페셜리스트는 “내연기관 차량을 몰던 운전자가 가장 생소해하는 부분이지만 익숙해지면 만족도가 높다. 전기차를 몰다 보면 기존 차량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엔진음과 핸들로 전해져오는 엔진 진동 등이 없어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에 어지럽게 있어야 할 에어컨, 오디오, 비상 깜빡이 버튼 등은 물론 핸들 뒤쪽에 있어야 할 계기판도 없었다. 오로지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 패드를 통해 모든 것이 조작 가능했다. 패드 화면 왼쪽에 차량의 3D 애니메이션과 차선이 함께 떴다. 그 위로 주행 속도가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곁눈질로 봐야 해서 적응이 되지 않았으나 익숙해지면서 금방 파악이 가능했다.

전 좌석에서 안전벨트 착용을 강제한 것도 눈에 띄었다. 뒷좌석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 주행 중 지속적으로 경고음이 발생한다.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아이들의 경우 답답하면 벨트를 풀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차량 경고음만으로도 아이들을 훈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운전을 해보기 전에는 ‘아무리 미국산 전기차라도 장난감 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액셀을 밟는 순간 우려는 사라졌다. 핸들링은 묵직했고, 액셀을 밟는 순간의 차량 반응 속도도 빠르게 느껴졌다. 엔진 진동도, 소음도 없이 차량이 ‘스르륵’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마냥 신기했다. 다만 액셀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가 걸려 적응이 필요했다. 액셀에 브레이크가 연동되어 있는 셈인데 스페셜리스트에 의하면 “이에 익숙해진 테슬라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로 발을 옮겨 밟지 않아도 돼서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주행을 하는 동안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느낌이 이어졌다. 다만 시승 차량이 파워풀한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델3 퍼포먼스’ 차량이어서 서스펜션이 단단해 노면의 상태가 시트에 그대로 전해졌다. 스페셜리스트는 “모델3의 다른 트림인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나 ‘롱 레인지’는 이보다 안정적인 승차감을 갖고 있다. 퍼포먼스 차량은 제로백이 3.4초, 최고 속도 261km/h, 20인치 퍼포먼스 휠이 적용돼 달리는 것을 즐기는 운전자를 위한 차”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비서 같은 자율주행, 홀딱 반한 자율주차

자동차 회사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인데 테슬라의 모델3 역시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 운전을 즐겁게 했다. 모델3의 기어는 핸들 오른쪽 뒷부분(일반적으로 와이퍼)에 달려 있는데 위쪽으로 끝까지 올리면 후진, 아래쪽으로는 중립, 드라이브, 파킹 순서로 되어 있다. 이 기어 막대를 두 번 깊게 잡아당기면 오토파일럿(Auto Pilot) 모드로 전환되고 중앙 패드에 파란 표시가 뜬다.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앞차와의 간격과 차량 속도를 설정해두면 액셀을 밟지 않아도 알아서 차가 나간다. 중앙 패드로 설정할 수 있고, 핸들에 달린 조그셔틀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속도 조절, 좌우로 밀면 앞차와의 간격을 설정할 수 있다. 잠깐 핸들에서 손을 놔도 되지만 일정 시간 이상 손을 놓으면 경고 표시가 뜨고 계속 손을 놓고 있으면 오토파일럿 모드가 해제되면서 속도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을 하는 동안에도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차선 변경을 알아서 해준다는 것. 차선을 변경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깜빡이를 넣으면 뒷차의 주행 속도를 감지해 적당한 타이밍에 차선 변경을 알아서 해준다. 올림픽대로 위에서 적당한 속도로 시도해보니 매번 긴장하며 차선 변경을 했던 때보다 만족스러웠다. 만약 뒷차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끼어들지 않고 보낸 뒤에 끼어드는데, 2대가 연속으로 내달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실행해야 한다.

또 자율주행을 하는 동안 차선과 차선 사이 정중앙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직선 도로에서뿐만 아니라 커브 길에서도 중앙을 유지하면서 돌아갔다. 오토파일럿을 한번 경험하면 이에 익숙해져 다른 차는 몰기 힘들어질 것 같았다.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는 특히 유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차 역시 신기술이 적용됐다. 원하는 주차 공간 인근에 차를 세우고 후진하기 직전 오토파일럿 기능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또 좁은 공간이라 운전자가 내리기 힘들 경우 주차 직전 운전자와 탑승자 전원이 내린 뒤 스마트폰 앱으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주차된다. 이 역시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해당 자율주행 기능과 자율주차 기능은 옵션으로 약 7백만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다.


전용 충전소 전국 1백79곳, 충전 한 번에 400km

모델3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지 않아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전기차에 관심을 갖다가도 망설이는 이들 대부분이 충전을 걱정한다. 가뜩이나 충전소가 적은데 배터리가 떨어져 충전소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것. 또 충전을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 것도 두려움을 갖게 하는 요소다.

모델3는 3가지 트림 가운데 가장 기본형인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의 경우 100% 충전 시 352km, 롱 레인지는 446km, 퍼포먼스는 415km까지 주행 가능하다. 한 번 충전으로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400km 떨어진 부산까지 무리 없이 갈 수 있다.

또 이미 테슬라는 호텔, 쇼핑몰, 레스토랑 등 전국 1백79곳에 테슬라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급속 충전을 원할 경우 전국 24군데 슈퍼차저(Supercharger) 스테이션에서 단시간에 충전할 수 있다. 또 이미 아파트 단지에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면 어댑터를 꽂아 충전하면 된다.

충전하는 법은 간단하다. 운전석 쪽 뒷좌석 도어와 백라이트 사이에 있는 손바닥 크기의 뚜껑을 열어 충전하면 된다. 테슬라 전용 충전기의 경우 손잡이 끝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차량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고 끼워 넣으면 파란색 불이 들어오면서 충전이 시작된다. 완료된 후에는 손잡이 버튼을 눌러 흰색 불로 바뀌면 코드를 뽑으면 된다. 충전 정도는 스마트폰 앱에서 수치를 확인할 수 있고, 충전하는 동안 차량 내부 중앙 패드에도 충전 수치가 표시된다.

이외에도 모델3에는 편리한 기능이 다양하게 탑재돼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 잠금 및 잠금 해제는 기본이고 헤드라이트 점멸, 선루프 여닫기도 가능하다. 주행 전 실내 온도 조절도 가능하며 경적을 울려 주차된 차량을 찾을 수도 있다. 또 차량을 호출해 출차를 할 수도 있다.

차량 가격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주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트림에 따라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5천3백69만원, 롱 레인지 6천3백69만원, 퍼포먼스 7천3백69만원이다. 전 트림 대상 환경부 지원 전기차 국고 보조금 9백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지원되는 추가 보조금 혜택을 포함하면 구입 시 총 1천3백50만~1천9백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최정미

EDITOR 정혜연 기자


[이 기사는 여성동아 6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