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의 몰락… 파나소닉도 67년 만에 반도체 사업 접는다

김예윤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19-11-29 03:00 수정 2019-1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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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업체 누보톤에 매각 공식발표, 한때 세계 톱10… 삼성 등에 밀려
업계 “선제투자 등 대응전략 필요”


일본 전자전기업체 파나소닉이 반도체 부문을 대만 누보톤(新唐科技) 테크놀로지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1952년 네덜란드 필립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67년 만이다. 2012년 엘피다 메모리 파산, 지난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부문 매각에 이어 파나소닉마저 반도체 사업을 접으면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완전히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파나소닉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경쟁사의 세력 확대, 주력 사업에 대한 거액 투자 요구, 잇따른 인수합병(M&A) 등 반도체 분야 환경이 매우 치열하다. 당사가 축적해 온 기술력과 상품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누보톤에 회사를 양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누보톤은 2008년 대만 반도체 업체 윈본드의 자회사로 출범했으며 전자 기기를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1990년대 한때 세계 10위권 반도체업체로 군림했지만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의 급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9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의 영업적자만 235억 엔(약 2533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적자폭도 컸다. 이 와중에 미중 무역갈등과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사업 포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의 반도체 사업 철수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을 매각한 도시바와 함께 한때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업계의 쇠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990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NEC(1위), 도시바(2위), 히타치제작소(4위), 후지쓰(6위) 등을 앞세운 일본 기업들은 약 4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잇따른 투자 지연 등으로 주도권 잡기에 실패했다. 2018년 기준 일본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에 불과하다.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일본 기업도 없다.

1987년 낸드플래시를 ‘발명’한 도시바는 지난해 반도체사업 부문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며 반도체에서 손을 뗐다. NEC와 히타치의 반도체 사업 부문이 통합해 설립된 엘피다메모리도 2012년 파산했다. 히타치와 미쓰비시전기의 반도체 부문을 합친 회사 및 NEC일렉트로닉스의 통합으로 2010년 발족한 르네사스 테크놀로지도 영업적자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소니 정도만이 일본 반도체기업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물러간 자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 대만 업체가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1992년 D램 시장 1위에 오른 데 이어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메모리 반도체 독주를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이 미국,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면 한국도 언제까지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과감한 선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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