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현장을 가다] “선택권 넓히고 질병 위험 낮추고” JTI 연구개발센터 가보니

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입력 2019-11-28 13:14 수정 2019-11-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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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약 2조3500억 투자
신제품 개발에 집중
안전성 검증하고 내구성 24시간 내내 살펴


“전자담배는 위험 요인을 줄인 ‘담배 대체품’입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찾은 영국 런던 남서부 웨이브릿지에 위치한 JTI 연구개발(R&D)센터는 점심시간이 가까웠는데도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 여러 명은 니코틴과 식품첨가물인 글리세린, 프로필렌글리콜, 향료 등을 섞고 반복하기를 수차례 거듭했다. 여러 가지 조합을 시험해보고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연구개발은 대부분 전자담배를 피우는 소비자 관점에서 이뤄졌다.

특수장비에 액상 제품을 끼우자 곧바로 작동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처럼 ‘베이핑(Vaping)’했다. 한 관리 책임자는 “실제 흡연자와 똑같이 빨아들이는 장비”라며 “이 과정에서 연무량과 냄새, 목에서 느끼는 타격감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사용된 여과 필터는 다른 시험 설비로 옮겨져 남아 있는 물질을 분석, 자료화하는 데 쓰인다. 안전성 등을 확보하고 향상하기 위한 차원이다.

연구소 곳곳에선 내구성도 실험하고 있었다. 시제품을 만들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가열하더라도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는지 살핀다.

이와 함께 로봇 한 대가 충전기를 꽂았다 뺐다 하는 작업을 쉴 새 없이 진행했다. 연구원은 6개월 이상 24시간 내내 충전기 연결이 잘 되는지, 배터리에 이상은 없는지를 여러 조건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곳을 총괄하는 지오프 윌슨 연구개발 위험도 감소 제품(RRP) 센터장은 “전자담배 기기부터 액상 등을 다 연구하고 있다”면서 “나아가 응용과학, 위험도 감소 평가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웨이브릿지 연구개발센터는 ‘전에 없던 새로운 담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8개 연구개발 시설 가운데 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성장 동력의 원천이자 혁신의 ‘심장부’로 통하는 이유다.

JTI는 2007년 영국 담배회사 갈라허를 인수하면서 이곳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20억 달러(약 2조35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전자담배 시장 공략을 위해 크게 3가지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하고, 현지 소비자 성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맞춤형 전략을 펴고 있다. 지오프 윌슨 센터장은 “시장마다 소비자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얼마나 현지 요건에 맞는지 계승,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위험도 감소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JTI는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 중 약 85%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영국에서 시장 점유율(44%)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연구개발에 투입해온 노력은 판매로 이어져 결실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의 경우 JTI코리아가 최근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선보였다.

플룸테크는 액상 카트리지 끝에 별도의 담뱃잎 농축 캡슐이 붙어 있는 형태다. 기기를 작동하면 액상이 가열돼 증기가 발생하고, 가열된 캡슐을 거치며 흡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장 큰 단점인 특유의 ‘찐내’를 줄인 것이 장점이다. 30도 저온가열 방식을 채택해 연소되면서 내뿜는 악취를 제거했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조사한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냄새 농도를 약 99%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플룸테크 같은 위험도 감소 제품은 흡연으로 인한 질병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비자 중심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런던=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sangj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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