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그늘진 곳 밝히는 ‘상생경영’

김도형 기자

입력 2019-11-29 03:00 수정 2019-11-29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미래 인재 육성하고 협력사와 동반 성장
참전용사 후손 지원 숨은 의인 발굴도…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들 노력 돋보여



《우리 사회와 정부가 일일이 손을 뻗기 어려운 그늘진 곳을 돕는 기업들의 따뜻한 손길이 연말을 맞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 혼자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 그리고 주변의 이웃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회적인 책무까지 다하는 ‘상생경영’은 이미 한국 산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영 원칙이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 사업은 물론이고 협력사 동반 성장 프로그램 운영과 사회적 기업 발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은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을 찾아서 돕고 6·25전쟁에 참전한 해외 용사의 후손을 지원하는 세심한 일에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오랜 시간 기업의 최대의 원칙으로 꼽혔던 ‘주주 우선’ 원칙을 삭제하면서 기업이 이해당사자 모두를 위한 책무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한 상황에서 한국의 기업들도 이미 이런 변화에 공감하면서 사회 속에서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2월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제시했다. 청소년 교육을 핵심 주제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청소년에 대한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13년부터는 국내 기업 최초로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초중고교생들을 창의·융합적인 미래 인재로 키우기 위해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학생 4만6000여 명과 교사 1700명이 이런 교육을 경험했다. 삼성전자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삼성 스마트 스쿨, 삼성 드림스쿨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교육 양극화 해소 등에도 힘을 쏟는 가운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람의 잠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공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역과 지역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3년 전 ‘미래를 향한 진정한 파트너’라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2013년부터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 리더 양성, 양극화 해소 등의 5년 중점과제를 추진했고 2016년부터는 사회 취약계층의 창업과 자립 중점 지원, 계열사 특성을 활용한 신규 사회공헌사업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7년 말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으로 설립해 2011년 ‘현대차 정몽구 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재단은 8500억 원에 이르는 사재 출연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공헌 사업에 나서고 있다. 미래인재 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진흥 등을 통한 직·간접적인 수혜 인원이 64만 명에 이른다.

SK그룹의 경우 사회적 가치 추구로 행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전체 그룹에서 최대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SK가 건강한 공동체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 나가는 방법은 사회적 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고객과 주주, 사회의 행복을 창출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회를 통해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꾸고 성과를 평가하는 요소 중 사회적 가치의 비중을 50%로 늘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K는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는 것처럼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을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상황이다.

LG그룹은 우리 사회의 숨은 의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면서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LG복지재단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9월 첫 ‘LG 의인상’을 수여한 바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6명의 의인들에게 LG 의인상이 수여됐다. 의인이나 의인의 유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규모의 상금과 함께 수여되는 LG 의인상은 우리 사회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곳을 기업이 세심하게 챙기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LG 의인상 수상자 중 일부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의로운 모습으로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롯데그룹 역시 올 11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일을 맞아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참전용사복지회관 준공식과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하면서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린 바 있다. 롯데는 정전 60주년이었던 2013년부터 국방부와 협약을 맺고 해외 6·25전쟁 참전용사들에 보은하는 의미로 ‘참전용사복지회관 건립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태국 방콕, 2017년 콜롬비아 보고타에 참전용사회관을 준공한 바 있으며 이번 에티오피아는 세 번째 지원 국가다. 롯데그룹에서는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 여성 우울증 인식 개선 캠페인 등 아동과 여성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