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EO 선임 앞두고 ‘관치 금융 논란’ 또 불거지나

뉴스1

입력 2019-11-27 10:36 수정 2019-11-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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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관치(官治)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세차례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한 기업은행의 차기 행장에 관료 출신 인사가 낙점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금융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 연임을 놓고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는 신한금융지주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금융사 건전성 차원에서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정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는데도 은행을 마치 전유물이나 전리품처럼 여기며 인사에 개입한다면 구태가 재현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내부 출신 기업은행장 막내리나 “관료 출신 유력”…금융노조, 낙하산 인사 반대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2월 중 차기 기업은행장을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행장의 경우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행장을 뽑는 시중은행과 달리 관할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차기 기업은행장으로는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은보 한미방위비협상 대표,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 관료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은행의 주요 주주는 지난 9월말 기준 기획재정부(53.24%), 국민연금(7.91%), 산업은행(1.8%), 수출입은행(1.5%), 우리사주(0.16%)다. 정부가 최대주주다보니 관료 출신이 행장에 앉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 기업은행장 인사는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2010년부터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으로 이어진 내부 출신 행장이 기업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만큼 관치 금융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내부 출신 행장이 맡았던 시기의 실적 성장세가 그 전 관료 출신 행장 시절의 실적 성장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책은행 신분으로 시중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은행의 수장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 출신보다 내부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계에서도 ‘낙하산 인사’ 반대에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지난 9년간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 행장 체제에서 외형적인 성장은 물론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며 “오히려 공공기관장으로서 물의를 일으켰던 대다수의 사례는 낙하산 인사들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금융공공기관의 기관장 선임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금융행정혁신위는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절차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조용병 회장 연임 두고 신한금융 회추위 가동…“규정상 결격사유 없으면 민간이 결정해야”

신한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달 초에 지배구조 및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가동해 올해내 차기 회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이 확정된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말까지다.

신한금융지주는 통상 주주총회 2개월 전인 1월에 회추위를 열었다. 그러나 현직 회장이 연임에 나서면 한달가량 빠른 11월말~12월초에 회추위를 가동한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 후임자를 차기 회장이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동우 전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 회추위도 2013년 11월부터 열리기 시작해 12월 중순 연임을 결정했다.

경영성과를 보면 조 회장의 연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재임 기간 중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비금융 사업다각화에 큼지막한 주춧돌을 놓았다.

다만 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어 금융당국이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이 이달초 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모아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핸드북’을 나눠주고 CEO 승계절차 개시 시기,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방식, CEO 자격요건, 후보군 압축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신한금융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2월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이 금감원의 부정적 입장 표명으로 연임을 포기하자 거세게 불거졌던 관치 논란이 재현될까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선 조 회장의 최종심 선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내부 규정상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조 회장의 연임 여부는 온전히 회추위와 이사회, 주주가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내부 규범은 확정 판결 기준인 것이다. 1심조차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회장 선임에 개입한다면 관치 논란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법이나 규범상의 문제가 있다면 금융당국이 관리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 외에도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 등 5개 계열사 CEO도 자동으로 차기 회장 후보권에 포함된다. 전직 CEO도 후보군이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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