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인식 AI ‘공간 파괴’… 아파트 넘어 호텔-車로 서비스 확대

김윤진 기자

입력 2019-11-27 03:00 수정 2019-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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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지니 가입자 200만명… 생활속 깊이 자리잡는 AI 기술

KT의 인공지능(AI) 기가지니 서비스가 생활 영역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KT와 모바일 헬스케어 업체인 눔(Noom)이 제휴해 선보인 TV 홈트레이닝 서비스는 신체 부위와 운동 목적, 숙련도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운동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왼쪽 사진). 또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한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는 사전에 부모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음성 인식 스피커가 발달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생활공간 깊숙이 침투하고,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스피커가 실내에서 야외로, 일반 아파트에서 호텔, 자동차로 서비스 무대를 옮겨가며 고객의 여정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기가지니는 통신사 KT가 2017년 1월 말 첫선을 보인 음성 인식 기반 AI 기기로 스마트폰 중심의 터치 서비스가 음성 서비스로 넘어가는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가입자 2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이 AI 기술이 한정된 공간에서만 구현됐던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으면서 나아가 키즈, 교육, 건강 등 100여 개 분야와 사회 문제 해결에까지 관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개인화 단말로 이동성 확보


AI 스피커는 이미 각 가정에 도입됐지만 그동안 거실이나 침실 등 한정된 공간에서만 호출해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초창기 AI 서비스가 대개 TV 셋톱박스 등에 음성 인식 기능을 접목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애로사항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같은 기술을 다양한 이동성 단말에 접목해 접근성을 높이려 애썼다. 가령 KT는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롱텀에볼루션(LTE)망에 연동된 ‘기가지니 LTE’ 서비스를 출시하고 2019년 7월에는 이를 업그레이드해 언제 어디서든 쉽게 AI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과거 ‘가족’ 중심으로 이용하던 서비스가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큰 변화다. 이전까지는 TV를 보려면 가족 모두가 거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야 했고 채널 선택권을 둘러싸고 리모컨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유선 랜 없이 와이파이(Wi-Fi) 연결만으로 이용이 가능한 테이블 TV가 나오면서 주방, 서재 등 집 안 어디에서나 TV 시청을 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지난달부터 기가지니 단말이 아닌 다른 제조사 단말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인사이드’가 상용화되면서 냉장고, 안마의자, 에어컨 등은 물론이고 자동차, 스마트폰 단말에서도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 ‘공간 파괴’ 아파트 넘어 호텔, 자동차로


AI 기술이 집 안에서만 이용되던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터치, 음성 기반 인식 기술을 호텔, 자동차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국내 최초의 AI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를 시작으로 KT는 13개 호텔, 1200여 개 객실에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객실에서도 음성과 터치만으로 24시간 조명 및 냉난방 조절, 가전 제어부터 호텔용품 신청, 시설정보 확인, 음악 감상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투숙객이 객실에서 기가지니로 호텔용품을 요청하면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까지 배송해준다.

올해 9월 개장한 하얏트 안다즈 강남에서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도 AI 호텔의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누릴 수 있다.

AI 기술의 탑재로 자동차도 더 똑똑해졌다. 기가지니를 현대·기아자동차 커넥티드카에 접목한 ‘홈투카(Home to Car)’ ‘카투홈(Car to Home)’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자동차와 집을 양방향으로 연결한다. 집에서 차량 온도를 설정하고 문을 여닫듯이 차에서 집 안 에어컨, 가스차단기 등 홈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2018년 여름 현대차 투싼, 기아차 스포티지 모델을 시작으로 이미 올해 7월에는 BlueLink, UVO가 적용된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확대 적용됐다.


○ 키즈, 교육, 건강부터 사회 문제 해결까지


AI의 목소리가 점점 사람과 흡사해지면서 서비스는 더욱 개인화되고 적용 영역도 키즈, 교육, 건강 등 100여 가지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AI 동화를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내 목소리 동화’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서비스는 개인화 음성합성(P-TTS·Personalized-Text To Speech) 기술을 바탕으로 부모가 300문장만 녹음하면 AI가 딥러닝으로 목소리를 학습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KT 관계자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자(話者)의 목소리를, 더 비슷하게 내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며 “가령 아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는 낯선 전문 성우가 녹음한 음성을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친숙한 부모의 목소리를 재연하거나 아이들에게 유명한 핑크퐁 캐릭터 목소리를 활용하는 게 전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화된 학습을 위해 아이가 AI 홈스쿨링용 ‘세이펜’을 전용도서에 갖다 대면 기가지니가 관련 영상과 음성 학습 콘텐츠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발달로 트레이닝, 명상 등도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됐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기기 수월해진 것이다. KT는 모바일 헬스케어 글로벌 1위 업체인 ‘눔(Noom)’과 제휴해 인공지능 TV 기가지니를 통해 신체 부위나 목적에 따른 다양한 홈트레이닝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최대 명상 서비스 플랫폼인 ‘마음챙김’ 앱에서 제공하는 800여 개의 명상 콘텐츠도 선보인다.

이 같은 데이터 기반 AI의 적용 범위는 각종 사회 문제 해결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AI의 예측, 추론 지능은 홀몸노인의 고독사 예방, 감염병 확산 차단은 물론이고 재난재해 방지와 복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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