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넘어 동반성장으로… ‘친환경 경영’ 나선 특급호텔

박지원 기자

입력 2019-11-26 03:00 수정 2019-11-2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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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리넨 재활용 쿠션(왼쪽 사진)과 폐비누 재활용 향초
《#1 얼핏 평범한 쿠션이다. 그런데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1395%의 펀딩률을 달성하며 큰 호응을 이끌었다. 반려동물 전용 쿠션으로 특급호텔의 버려진 리넨을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친환경 스토리가 담기자 개성 있는 상품으로 변신한 것.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은 버려지는 리넨을 무상 제공해 해당 브랜드의 성장과 자원 순환을 돕고 있는 일등 공신이다.

#2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에코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한정판 고객선물 ‘니트플리츠백’을 제작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고객 마케팅 활동에도 친환경의 의미를 담아 색다른 가치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호텔업계에 업사이클링(Upcycling) 바람이 불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폐기물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단순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시켜 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호텔업계에서 업사이클링이 주목받고 있는 건 해당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16만여 개 호텔에서 투숙객이 바뀔 때마다 버려지는 비누만 해도 하루 평균 3만6000여 개다. 비누 외에도 침대 시트, 수건 등 숙박 서비스 특성상 빠르게 교체되고 버려지는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호텔업계에서는 최근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침구류를 교체 없이 재사용하는 그린카드 제도를 통해 폐기물 배출 속도를 늦추거나 배출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다. 버리는 데도 비용이 든다. 돈 내고 버리던 것을 다른 사용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업사이클링하면 폐기비용 절감은 물론 자원 순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경제적·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메종 글래드 제주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제주 친환경 스타트업 아이즈랩과 손잡고 반려동물 빈백쿠션을 만들고 있다. 5월 아이즈랩은 제주혁신센터 데모데이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호텔의 편익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 관계자는 “호텔, 리조트는 해당 지역에 자리 잡고 영업을 하는 만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들과 상생협력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커피박(커피 찌꺼기) 업사이클링 업체인 ‘커피큐브’와 함께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매주 워커힐 피자힐 삼거리에서 열리는 아트마켓에서 ‘업사이클링 아트 체험존’을 운영했다. 커피큐브는 기존에 폐기물로 처리되던 커피박을 특허 받은 기술로 재활용해 인체에 무해한 커피점토로 재가공하는 업체로, 워커힐은 매월 커피큐브에 커피박을 기부하고 있다. 워커힐은 업사이클링 아트 체험존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업사이클링 아트 클래스로 확장하는 등 고객들과 환경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문화적 소통을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9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한 달간 10개 특급호텔과 함께 실시한 ‘그린 캠페인’에도 업사이클링 제품이 기념선물로 제공됐다. 해당 호텔들은 그린카드를 활용한 고객에게 호텔 폐리넨으로 만든 기린인형, 앞치마, 에코백 등을 증정하고, 객실에서 발생한 폐타올은 아동용 비치가운으로 업사이클링해 최적기온 유지 및 물 절약 등 친환경 실천을 서약한 유아동반 고객에게 선물했다.

한편 그린 캠페인의 일환으로 10월 1일 밤 9시부터 10분간 소등하는 ‘지구살리기 전등끄기’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폐비누를 재활용해 만든 향초 선물을 전달했다. 캠페인 향초를 제작한 오브제213의 김태경 대표는 “호텔로부터 매달 폐비누를 받고 있다. 사용 가치가 떨어진 비누는 약간의 공정만 거치면 실용적인 향초로 재탄생시킬 수 있어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남광희 원장은 “에너지 다소비 업장으로 지목받았던 호텔들이 최근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환경경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특히 업사이클링 호텔이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 가치부터 특정 기업과의 상생 협업까지 호텔만의 차별화된 친환경 활동을 보여줄 수 있어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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