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타인지 몰랐던 김세영, 끝내기 8m 버디

정윤철 기자

입력 2019-11-26 03:00 수정 2019-11-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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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LPGA 최종전 우승… 왼쪽으로 굴린 공 돌면서 홀컵에
연장 준비하던 찰리 헐 주저앉혀
상금 여자골프 사상 최다 18억원… 한국선수들 15승 합작, 역대 타이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역대 최고 우승 상금(15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된 김세영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김세영은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8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LPGA 제공
“내 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해 마지막 홀에 들어갈 때도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우승을 한 뒤 리더보드를 봤는데 찰리 헐이 바로 내 밑에 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상대 선수를 의식하지 않은 무심 퍼팅이 15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렸다. 김세영(26)은 공동 선두였던 18번홀(파4)에서 8m 버디 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3연속 버디로 먼저 경기를 마친 찰리 헐(잉글랜드)이 김세영과 동타를 이루고 있었다. 김세영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슬라이스 라인에 만만치 않은 퍼팅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기에 연장전의 기운마저 감돌았다. 같은 시간 헐은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 늘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경기 막판 결정적 샷으로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던 김세영은 이번에도 ‘빨간 바지의 마법’을 보여줬다. 강렬한 빨간색 바지를 입은 그가 퍼팅한 공은 홀 왼쪽을 향해 구르다 오른쪽으로 절묘하게 돌면서 홀 안에 떨어졌다. 야구에서 끝내기 홈런 같은 결정타를 날린 김세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김세영이 25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9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1∼4라운드 줄곧 선두를 달리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은 역대 여자골프 사상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6325만 원)를 획득하면서 상금 순위 2위(275만3099달러)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에 3승을 낚은 김세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한국 선수 네 번째로 LPGA투어 통산 10승 고지에 올랐다. 김세영은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끊임없이 채찍질한 덕분에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세영의 내년 목표는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내년 6월 29일을 기준으로 세계 15위 이내 선수는 국가별로 최대 4명까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25일 현재 한국은 고진영(1위), 박성현(2위), 이정은(6위), 김세영(11위), 박인비(12위), 김효주(13위)가 15위 안에 진입해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꿈의 무대’를 노리는 김세영은 “올림픽 출전과 함께 올해보다 많은 시즌 4승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는 역대 시즌 최다 우승 타이인 15승(2015, 2017년)을 합작했다. 이는 올해 LPGA투어 32개 대회의 거의 절반. 미국이 6승, 호주와 일본이 3승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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