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생산성혁명이 필수다]“여의도는 지금 ‘8to5’”

뉴시스

입력 2019-11-25 10:42 수정 2019-11-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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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의무시행 이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
PC오프제·시차출퇴근제 등 의무시행 5개월만에 '안착'
'워라밸' 분위기 확산…"칼출근·칼퇴근 눈치 안보여"
하나금투, 회사 차원에서 '워라밸 프로그램' 운영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되면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준비한다. 집으로 가기 위해 여의도역 5번 출구로 향하는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칼출근·칼퇴근이 눈치보이지 않게 됐다”며 “오전 8시 무렵과 오후 5시에 여의도역 5번 출구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은 이제 익숙해진 모습”이라며 여의도의 달라진 풍경을 말했다.

300인 이상 증권사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지 어느덧 5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애초 300인 이상 증권사는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식으로 도입해야 했으나 특례업종으로 인정받아 1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유예 기간동안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운행해왔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주 52시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으나 대표적인 평일 상권지역으로 유명한 여의도는 저녁 8시만 되도 거리가 깜깜해질 정도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돼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올해 7월 이전부터 유연근무제, 선택근무제 등을 미리 도입해가며 변화할 근무 환경에 적응해왔다.

◇주요 증권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부터 발 빠른 대비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월부터 유연근무제를 전 직원에게 적용했다. 이를 위해 퇴근 시간 이후 PC가 강제로 종료되는 PC오프(off)제는 물론 시차출퇴근제 등 내부 시스템을 마련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의도에 맞춰 연장근무를 최소화하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출근 후 2시간을 ‘업무집중 시간’으로 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의무 시행이 되기 전부터 미리 회사 내부에서 주 52시간에 적응하기 위한 시범 운영 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의무 시행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직원들도 연장 근무 최소화를 위해 업무 시간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1위의 대형 증권사 미래에셋대우 역시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올해 2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발맞춰 탄력근무제를 적용했다. 부서별로 하루 근무시간을 점심시간 1시간30분을 제외한 일 8시간 근무를 위해 ▲오전 8시~오후 5시30분 ▲오전 10시~오후 7시30분 중 원하는 출퇴근 시간을 선택하게 했다. 이 밖에도 부서 내에서도 직원이 맡은 업무별로 부서장이 근무시간대를 정해 운용하도록 했다.

메이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빨리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곳은 KB증권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6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을 정규 근무시간으로 정했다. 다만 업무가 집중되는 기간에는 연장 근무를 신청 후 일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연장근무 시간만큼 조기 퇴근도 가능하게 규정했다.

◇퇴근 이후 시간…“회사차원에서 자기계발 독려”

하나금융그룹의 증권회사인 하나금융투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를 가장 잘 이행한 증권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증권사 역시 지난해 7월부터 주 40시간(오전 8시∼오후 5시) 기준으로 PC오프제를 도입했다. 퇴근시간인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을 알리는 사내 방송이 나온다. 또 업무가 많은 날과 적은 날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정 시간 이상 연장 근무가 누적되면 대체휴가가 지급된다.

올해 의무 시행 이후 8월부터는 퇴근 후 여가를 자기계발에 활용하고자 하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달마다 복수의 체험 수업에 대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진행된 프로그램은 ‘네온사인 만들기’, ‘전통주 빚기 체험’, ‘뮤지컬 맘미미아 탄생스토리와 넘버 들어보기’, ‘뜨개질 클래스’ 등 다양한 주제와 아이템으로 ‘워라밸 문화’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지주 차원에서 워라밸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만족도와 향후 참여하고 싶은 희망 프로그램 등을 설문조사해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량근로제 부서…“워라밸 존중하는 분위가 자체로 만족”

증권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개인의 성과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직종이고 부서별로 업무 형태나 일이 몰리는 시기가 다르다. 이런 업무 환경을 고려해 7월 의무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에서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은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제외하며 재량근로제를 허용했다. 재량근로제란 업무 특성상 근로자 재량이 중시되는 경우 노사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실제로 국내 증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열리지만 해외 시장을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 새벽에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 또 외부 탐방이나 세미나가 많은 애널리스트의 경우에도 업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에서는 예외 됐지만 증권업계 전반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어 가면서 과도한 근무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있다는 평가다.

H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B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에는 아침회의를 위해 7시 전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아침 회의 시간도 타부서의 정규 근무 시간을 고려하며 늦춰졌다”며 “일이 몰리는 때에 야근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최대한 업무시간에 일을 집중해 ‘칼퇴’하는 분위기가 확산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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