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독점 수입 소재 국산화 성공… “우수 인력으로 기술 개발에 힘 쏟았죠”

박서연 기자

입력 2019-11-25 03:00 수정 2019-11-25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車에어백 슈트용 복합소개 자체 개발
국내 완성차 업체 계약-해외 수출 목전
“과감한 M&A로 성장… 글로벌시장 공략”


일본과 외교 마찰 이후 산업 핵심 소재 국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규모가 큰 자동차부품 시장에선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산업계가 그동안 외면했던 분야에서 뒤늦게 국산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술 개발에 소홀했던 대기업과 정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로 플라스틱 분야서 자동차용 부품과 소재를 개발하는 크레아그룹의 혜안이 빛을 발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SOY상 수상 기념 사진
크레아그룹의 여러 자회사 중 한 곳으로 소재 기업인 ‘세프라’는 최근 에어백 슈트용 복합소재를 자체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어백 슈트 복합소재는 상대적으로 가벼우면서도 경도가 우수한 특수 플라스틱 소재를 써야 한다. 자동차 필수 부품소재로 꼽히지만, 그동안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 기업이 국내 완성차업체에 독점적으로 납품해왔다.

일본의 화학기업이 꽉 잡고 있는 영역으로 통했는데 마침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화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국산화에 목말라 하면서도 이번 성과에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에어백 슈트 자체는 여러 플라스틱 부품 중 하나로 여겨져서 대체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정부와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기술개발은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음에도 중소기업이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이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세프라 측에 기술 설명회를 요청했을 정도다.

크레아그룹은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는데,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자평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나온 성과여서 더욱 주목도가 높아졌다.

세프라 전경
○ 일본 기업 납품 소재 국산화 성공

일본 기업이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부품 소재를 국산화할 경우 여러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소재의 경우 대체가 어려운 소재였던 만큼 일본 회사들이 가격을 높게 유지해왔다.

최근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던 불화수소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본이 무역을 무기로 삼았듯이 대체 불가능한 제품은 언제든 무역 분쟁과 논란에 휘말린다. 국산화는 이러한 마찰을 원천 봉쇄한다. 채창원 크레아그룹 회장은 “현재 기술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 외에도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품질 향상과 신제품 연구개발(R&D)에 게을리 하지 않은 데 있다. 실제로 이번 기술 개발에 있어서 세프라 소속 박사급 연구진 3명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고급 연구원을 늘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 크레아그룹에서 근무하는 석사급 연구진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순조롭게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경우, 박사급 연구진이 4명에 이르게 된다.

크레아그룹은 인천과 충남 서산, 경기 안산 등 국내에 7개 공장, 연구개발센터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중국 등 해외에도 공장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한다. 소재부품 개발사로서 기술 개발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채 회장은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을 몸소 체감하는 만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채 회장은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부품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과정을 마쳤다. 글로벌한 인재들이 많이 와서 함께 커나갈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했는데 어느 수준 이상으로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유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에게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잠재력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싶다는 설명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저희 때와는 달리 상당히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죠. 그런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크레아그룹이 되고자 합니다” 그가 인재 유치를 강조하며 이처럼 다짐도 밝혔다.


○ 과감한 M&A 통해 성장… 위기 극복 후 미래 전망 그려

크레아 범퍼 생산 현장
세프라는 자동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개발 기업으로 2007년 문을 열었다. 2015년엔 부품 개발사인 크레아를 인수하면서 소재와 부품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글로벌 부품사인 안톨린과 합작으로 ‘크레아안톨린’을 세우면서 모듈로 경쟁력을 확장해나갔다. 여기에 자체 유통 계열사를 운영하며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모두 크레아그룹으로 묶이는 회사들이다.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가 늘어나면서 회사도 자연스럽게 성장했지만 최근엔 다소 주춤하게 된 일도 있었다. 바로 핵심 협력사인 한국GM이 국내서 군산공장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크레아 군산의 가동률은 현재 20%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채 회장은 “기존 2곳의 한국GM 공장이 건재하고, 신규물량 생산 계획은 여전히 많다. 위기나 좌절보다는 조금의 마음고생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극복했다”고 말했다.

부평칵핏 현장
그는 GM의 글로벌 전략과 맞물려 성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세프라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경쟁력의 척도로 불리는 GM글로벌스펙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도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통해서 기술력을 중시하며 기술 개발과 투자, 설비, 우수인재 채용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채 회장은 회사의 성장에 있어서도 한국GM의 협력사 상생협력에 기반을 둔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외부 지원과 투자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략이 적중하면서 회사의 규모가 점차 커졌고, 결국 올해 6월엔 GM에서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이는 대기업과 부품·소재 업체 간의 아름다운 동행 사례로 언급된다.

한편 채 회장은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3500억 원 수준인데 내년에 이를 4500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차별화에 특히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성 소재를 개발하고 차안의 대기질을 좋게 만드는 기술 등도 주요하게 다루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보기술(IT)과 결합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각종 센서나 자가 인식 범퍼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모두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필수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는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기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는 실천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


“차체 부품 경량화 성공 관건 플라스틱 소재 중요성 여전”
“자동차부품 소재사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습니다. 남들보다 한발 더 빠르게 움직이고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크레아그룹 채창원 회장은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입지전적인 경영인으로 일컬어진다. 그는 1985년 한 자동차부품 회사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차체 부품 경량화가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소재에 주목했다. 인테리어와 외장 모두 플라스틱 소재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게 그의 관측이었다. 2003년 첫 회사인 대원케미칼을 설립하면서 과감하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때 당시에도 채 회장은 부품만큼이나 소재의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던 경영인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컸던 그는 시장에서 플라스틱 부품사와 모듈업체 등으로 인수합병(M&A)에 공을 들였다. 과감한 M&A 덕분에 그룹사 단위로 사업이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이 재정적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탄탄한 신뢰를 쌓아올렸다는 의미다.

그는 기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시장은 엄혹한 만큼 자체 역량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글로벌 시장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도 같다.

“중소 중견기업에 우수 인재들이 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합니다. 근무과정도 유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서 보이듯이 정책이 너무 경직돼 있죠.”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경우 1년 단위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선 일이 몰리는 시기가 존재하는 만큼 근무시간이 획일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과 경쟁하려면 보다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채창원 크레아 회장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