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BMW “10년 더”… 오래가는 ‘배터리 동맹’

허동준 기자 , 지민구 기자

입력 2019-11-22 03:00 수정 2019-1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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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I, BMW에 5세대 배터리 공급… 2021년부터 10년간 3조8000억대
10년 전 첫발 뗀 양사 협력관계… 신뢰 쌓여 장기계약으로 이어져


10년 전 첫발을 뗀 삼성SDI와 BMW 간의 협력이 3조8000억 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으로 이어졌다. BMW코리아그룹은 21일 인천 영종도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BMW그룹 협력사와의 날’ 행사에서 삼성SDI와 총 29억 유로(약 3조7700억 원) 규모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2021년부터 10년 동안 BMW가 생산할 전기차에 한 번 충전으로 약 6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5세대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BMW가 2025년까지 출시하기로 한 전기차 모델 25종의 상당수 모델에도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이 커졌다.

BMW와 삼성SDI의 협력은 2009년 시작됐다. 당시 양사가 전기차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자동차·화학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인 BMW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삼성SDI의 제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기차 배터리는 도요타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당시 BMW는 업계 명성보다 배터리 기술력에 주목해 소형전지 분야에서 인정받는 삼성SDI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자동차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SDI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2014년 출시된 BMW의 순수전기차(EV) i3에 탑재된 배터리는 셀 하나의 용량이 60Ah(암페어아워)로 출시 당시 최대 용량이었다. 보통 스마트폰용 배터리에 비해 셀당 용량이 20∼30배인 고용량에다 고출력, 고성능을 갖춘 제품이었다.

두 회사의 인연이 이어지기까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도 컸다. 2012년 이 부회장은 독일 BMW 본사를 직접 찾아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관계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와 독일 전장업체 보쉬의 합작이 청산되면서 자칫 BMW와의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쉬와 합작법인을 꾸려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시작한 삼성SDI는 BMW와 첫 협력을 맺는 과정에서 보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SDI의 배터리가 독점 공급해 생산된 BMW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i8이 출시됐을 때 국내에 10대만 배정된 차량 중 한 대를 사전계약하기도 했다.

한편 BMW는 삼성SDI를 포함해 한국 기업 30여 곳과 1차 협력업체로 관계를 맺으며 거래 규모를 늘리고 있다. BMW가 한국 협력업체를 통해 구매한 부품 금액은 2012년 7000만 유로에서 2018년 15억 유로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21일 행사에서 안드레아스 벤트 BMW의 구매·협력네트워크 총괄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연결) 등에서 한국과의 협업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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