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현장을 가다] 퇴출 압력받는 전자담배, 英 정부는 ‘권장’… “금연에 도움”

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입력 2019-11-21 09:48 수정 2019-11-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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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여러 종류의 전자담배. 박상재 기자
미국 등을 중심으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자담배가 ‘퇴출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흡연자에게 전자담배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난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유해 물질이 더 적은 담배 대체품”이라며 “영국 공중보건국(PHC)으로부터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일찌감치 전자담배를 ‘금연의 징검다리’로 활용해왔다. 실제로 2015년 외부 전문기관의 검토 등을 거쳐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95% 덜 해롭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전자담배 흡연자의 경우 금연 성공률이 가장 높다는 객관적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영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여러 종류의 전자담배. 박상재 기자

◆ 신중하고 적극적인 영국 정부 “전자담배 문제없다”

최근 전자담배가 의문의 폐 질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미국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신중한 대응 태도’와 ‘적극성’이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지난해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뿐 아니라 연간 최소 2만 명이 전자담배를 통해 금연에 성공하거나, 상당한 건강 혜택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또 매해 꾸준히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2022년까지 전자담배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발(發) 전자담배 판매 금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존 뉴튼 영국 공중보건국 건강증진국장은 “영국은 수백만 명이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작용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연방기관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폐 질환 발병에 불법 제품의 영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달 사이 폐 질환 발병이 급증한 것은 특정 물질에 노출된 게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미국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는 원인 및 증거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경고 등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현지에서 지난 5일 기준 폐 질환자는 205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자 수는 39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전자담배 첨가제로 쓰이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폐 질환 발병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그럼에도 현재 가향 전자담배의 구매 가능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21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시간주, 뉴욕주,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 등 일부 주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영국에서 지난해 시장 점유율(44%) 1위를 차지한 JTI의 ‘로직’ 제품. 박상재 기자

◆ 유럽 최대 시장, 제조업체 성숙단계로 진입 도와

영국 전자담배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 태도에 힘입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한 해 매출액은 6억6600만 파운드(약 1조50억 원)에 달한다. 185만 명가량이 전자담배를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담배에 지출하는 금액은 149억 파운드(약 22조5030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규모로 보면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7%가량을 차지한다. 유럽에서는 최대 전자담배 시장으로 꼽힌다.

이처럼 영국 전자담배 시장이 입지를 다진 데에는 담뱃세와 담배 제조업체 역시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일반 담배에 80~90%의 많은 세금을 물리고 있다. 반면 전자담배에는 소비세(20%)만 부과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덜 유해한 금연 보조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자담배를 권장하는 ‘환경 조성’과 ‘생존’을 위해서 담배 제조업체는 여러 종류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영국에서는 600곳이 넘는 업체가 3만9000여 개의 전자담배를 출시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44%) 1위를 차지한 JTI는 액상형 및 가열식 전자담배 등 ‘위험도 감소 제품(RRP)’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라이츠(2014년), 로직(2015년)을 인수하면서 업계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로직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9가지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평균 95%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플룸(2015년) 상표권을 보유해 영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판매 중이다.

JTI의 이 같은 라인업 확대 전략은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 가운데 약 85%에 진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 회사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일반 담배와 비교해 전자담배가 어떤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는지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흡연자에게 합리적인 소비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회사 측은 “전자담배는 흡연으로 발생할 위험 요소를 줄이는 대체품”이라며 “형태와 맛 등을 다양화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런던=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sangj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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