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무역분쟁 안개 낀 증시, 외국인 넉달째 ‘팔자’

김자현 기자

입력 2019-11-21 03:00 수정 2019-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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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지연속 美홍콩인권법 악재… 이달엔 10거래일 연속 매도행진
한국 기업들 실적 우려도 한몫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외국인들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 31일부터 8월 19일까지 이어진 13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가장 긴 매도 기록이다. 20일에도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3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내다 팔았다. 이달 들어서 20일까지 누적 순매도액은 5832억 원에 이른다.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 때문에 전 거래일보다 27.92포인트(1.30%) 내린 2,125.32에 장을 마감했다. 월별로 보면 4개월째 순매도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는 5월을 제외하고 매월 주식 순매수를 이어갔다. 하지만 8월 순매도로 돌아선 뒤 4개월째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의 팔자세는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높고, 특히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권은 “당초 11월 초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던 미중 간의 1단계 무역협상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양국의 무역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홍콩 시위가 격해진 것도 외국인의 이탈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상원이 홍콩 인권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미중 무역협상에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국내 요인들도 외국인의 이탈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근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기업의 실적에 우려를 표하며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외국인의 추가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함에 따라 한미일 동맹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생겨나고, 미국과의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이런 요인들이 실제 외국인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있는 것에 따른 학습효과도 외국인들의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통상 비슷하게 움직이는 대만 등의 증시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한국에만 유독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며 “한국 증시가 추세를 뚫고 가기보단 장기 박스권에 있다 보니 학습효과로 조금만 올라도 적극적으로 팔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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