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면 대박” 공공임대 위험한 거래

이소연 기자 , 조건희 기자

입력 2019-11-19 03:00 수정 2019-1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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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5644채 분양전환가 폭등… 돈 모자란 임차인, 매물로 내놔
“소유권 없는 매매 무효 될수도” 전문가들 신중한 투자 당부


“지금 사면 대박이에요. 10억 원까진 무리 없이 가요(올라요).”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사가 전용면적 59m²인 7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없어서 못 살 정도이니 서두르라”고 채근했다. 하지만 이어진 설명은 일반적인 아파트 매매 방식과는 달랐다.

이 아파트는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공급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올 9월 분양 전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임차인(세입자)이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분양을 받지 못했으니 그 값을 대신 치러주면 나중에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게 공인중개사의 설명이었다. 집주인은 LH인데 집값은 임차인에게 먼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지 묻자 이 공인중개사는 “법적으로 애매해 100% 안전하다고는 못 한다”면서도 “이미 여러 채가 이런 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했다.

2009년 5월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처음 공급된 판교신도시의 10년 공공임대주택 5644가구가 최근 집값 폭등으로 ‘위험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10년 전 임차인이 내야 했던 임대보증금은 1억5000만∼2억1000만 원이었지만 그간 인근 지역 집값이 2배 이상으로 크게 오르며 ‘주변 시세의 90%’로 책정된 분양 전환가가 5억∼6억 원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당장 분양 전환을 할 형편이 못 되는 일부 임차인이 프리미엄(웃돈)이라도 건지기 위해 소유권 이전 등기도 되지 않은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중간에 어그러져도 매입자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교 변호사(IBS 법률사무소)는 “민법상 부동산 처분은 소유권자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양 전환이 안 된 아파트를 두고 개인끼리 맺은 매매 계약은 나중에 아예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만약 임차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입자에게서 받은) 돈을 분양 전환하는 데 쓰지 않고 다른 데 써버렸어도 매입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 말고도 앞으로 분양 전환 시점이 돌아올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에 10만 가구가 넘는다. 내년엔 경기 오산시에서, 2021년엔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각각 1000가구가 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이 분양 전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당국은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 전환이 이뤄지기 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거래 유형이라서 적법성을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14일 법제처에 10년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소유권 이전 등기 전에 주택을 거래하는 게 적법한지를 검토해 달라고 의뢰했다. LH 관계자는 “규제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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