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가 혼란 초래… 전자담배 일방적 규제 멈춰야”

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입력 2019-11-18 09:48 수정 2019-11-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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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전자담배 서밋
영국 왕립학회서 열려
“전자담배, 정확하게 이해해 정책 세워야”


클리프 더글라스 미국 암학회 흡연관리센터 이사(왼쪽에서 두 번째). 박상재 기자
폐 질환자 급증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더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객관적 근거 없이 가향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면서 상황이 계속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리프 더글라스 미국 암학회 흡연관리센터 이사(사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린 ‘2019 전자담배 서밋’에서 “미국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놨다”며 “일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전자담배 서밋은 전 세계 전문가와 과학자, 정책 입안자 등이 참여해 지식을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場)이다.

이번 행사에는 400여 명이 참가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국발(發)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유해성 저감 방안 등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서밋이 개최된 영국은 전 세계에서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자리에서 클리프 더글라스 미 암학회 흡연관리센터 이사는 “미 식품의약국이 정확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미 국회 등에서 객관성을 따지지 않은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정부의 애매모호한 규정과 일방적인 규제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조건적인 판매 금지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논의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논란 대상에 오른 것은 ‘유해성’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의문의 폐 질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일 기준 폐 질환자는 2051명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39명이다. 미 식품의약국은 폐 질환 원인으로 전자담배를 지목했다. 다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미시간주, 뉴욕주,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 등 일부 주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클리프 더글라스 미 암학회 흡연관리센터 이사는 “이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불법화는 1920년대 미국 내에서 일어난 ‘금주령’과 같은 꼴”이라며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정확히 이해한 뒤 관련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향, 액상형 등의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율을 높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틴 자비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는 “청소년 흡연과 전자담배는 연관성이 거의 없다”면서 “미 식품의약국은 일반 담배와 비교 없이 부정확한 조사 결과를 내놓고 추상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사 결과 30일 동안 100개비 넘게 흡연한 청소년의 전자담배 이용률은 약 71%에 달했지만, 처음 접한 경우는 1%가량에 그쳤다”며 “미국 고등학생 중 1%가량이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기조연설 맡은 티키엘카판게스투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확실한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국은 질높은 연구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런던=동아닷컴 박상재 기자 sangj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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