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119’ 반년새 교수갑질 신고 100건 넘어…‘전문기관’ 감독 필요

뉴스1

입력 2019-11-18 09:54 수정 2019-11-18 09:5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News1 DB

 #지난 2월 A 서울대 교수가 여자 대학원생에게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사회에 충격을 줬다. 서울대는 조사 끝에 지난 8월 A교수를 해임했고, 그는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2015년 경기도 소재 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조교에게 폭행, 강금은 물론 금전적인 협박에 이어 인분까지 먹인 사실이 드러났다. 일명 ‘인분 교수’라고 불린 그는 법의 심판을 받아 징역 8년형을 선고 받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는 교수들이 법적 처벌을 받아도 교수들의 괴롭힘, 성폭력 등 고질적인 과학기술계 연구실 문화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교수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원 받으며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법적인 책임과는 별도로 전문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법적 제도를 통해 적절한 조치와 관리가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기관’이 벌어진 관련 사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해, 폐쇄된 연구실 문화를 개선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높여주자는 취지에서다.

18일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이슈리포트 ‘미국 연구지원기관과 대학 성폭력·괴롭힘 차별 대처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월7일 출범한 ‘대학원생 119’에 지난 6월5일까지 접수된 교수 갑질에 대한 제보는 총 61차례, 125건에 달했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폭행·성폭력·업무배제 등 ‘괴롭힘’이 4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구비 횡령·연구성과 가로채기 등 ‘비위문제’(30.4%)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교수갑질’ 문제는 미국이나 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대처와는 다르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NSF와 NIH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관련 사건뿐만 아니라 NSF와 NIH에서 연구를 지원받는 기관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성적 괴롭힘, 차별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NSF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람은 괴롭힘이나 차별규정·법령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익명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실명으로 신고해도 제보자 정보보호법에 따라 제보자가 공개되지 않는다. 신고가 접수 되면 NSF는 접수 된지 48시간 내 대응에 착수해 조사를 시작한다. NIH는 괴롭힘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포함해 이를 목격한 사람까지 NIH에 신고해야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적인 연구관리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연구비 부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만 감독, 조사 등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 그 외에 교수 갑질·성폭력·차별 등에 관련한 조사나 감독 권한은 없는 실정이다. 미국과 같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치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경우 교수가 행동해야 할 ‘행동강령’을 만들어 배포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Δ교수는 학생과 사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며 Δ교수가 사적인 심부름을 시킬 수 없다는 게 담겼다. 더불어 Δ소리지르기 Δ인신공격 Δ모욕 Δ성질내기 등도 할 수 없다. 반대로 학생 행동강령도 있어 국내에서 이슈가 된 ‘교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없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기관인 대학·연구소·기타 기관에 대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대응방안에 대한 적절한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를 통해 더 이상 교수의 갑질이나 성폭력 관련 문제가 뉴스의 일부를 장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