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스∼윽… “3D나비 잡았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11-15 03:00 수정 2019-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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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영상… ‘다중감각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영국과 일본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MATD’ 기술로 나비 모양의 그림을 움직이고 있다. 손을 뻗으면 촉감도 느껴진다. 네이처 제공

허공에 정교한 지구본이 입체 형태로 두둥실 떠올랐다.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닌다. 어른 주먹만 한 알록달록한 큐브도 나타났다. 손을 뻗자 실제 물건을 만졌을 때처럼 촉감이 느껴졌다. 소리도 났다. 손을 좀 더 뻗자 입체 그림은 사라지고 손바닥에는 좁쌀보다 조금 더 큰 흰 구슬 모양의 알갱이만 남았다. 마법이 아니다. 실제 실험실에서 이뤄낸 연구 성과다.

히라야마 류지마 영국 서식스대 공학 및 정보학대학원 연구원과 일본 도쿄이과대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은 3차원(3D) 영상과 음향, 촉감을 동시에 제공하는 신개념 디스플레이인 ‘다중감각 음향덫 디스플레이(MATD)’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13일자에 공개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하나가 허공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마치 SF영화에 등장하는 홀로그램처럼 입체 영상과 함께 소리도 내고 만지면 반응도 한다.

입체 영상을 만드는 데 가장 널리 활용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보는 각도를 다르게 물체를 촬영한 뒤 이 이미지를 서로 다른 파장의 빛으로 쏘아 3D 안경을 통해 보는 방식이 그중 하나다.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에서 쓰인다. 특수 렌즈로 빛을 조절해 허공에 상을 맺는 방식으로 입체 영상을 표현하는 기술도 있다. 3D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입체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재현할 이미지 크기나 속도에 제약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히라야마 연구원팀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로 빠르고 표현 범위도 넓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집는 ‘음향집게’ 기술이다. 연구팀은 지름 1cm인 초음파 생성 장치를 가로세로 16개씩 총 256개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장치를 약 23cm 간격을 두고 위아래에 배치했다.

초음파는 허공의 공기 밀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것보다 주파수가 2배 이상 높은 40kHz의 초음파를 쏘아 반지름 1mm인 플라스틱(폴리스티렌) 구슬을 공중에서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허공에 붙잡아 둔 구슬을 0.25mm씩 정교하게 위치를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구슬은 수직으로는 초속 8.7m, 수평으로는 초속 3.75m 속도로 날아다니며 허공에서 위치를 바꿨다. 플라스틱 구슬은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지름이 6cm인 작은 지구본 이미지를 허공에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개의 플라스틱 구슬을 한꺼번에 허공에 띄운 뒤 영상을 만드는 방법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 표현이 가능한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구슬이 색을 띠게 했다. 여기에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해 영상을 재생하면서 동시에 소리가 나게 했다. 또 250Hz의 저주파 초음파를 별도로 쏘아 손을 뻗으면 마치 무언가를 누르는 듯한 촉감을 느끼게 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히라야마 연구원은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사람이 가진 시각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에 호소하는 입체 영상을 재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디스플레이에 손을 뻗어 영상으로 나타난 스위치를 작동시키고 켜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초음파로 물체를 허공에서 집고 조절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면 바이오 의약품을 원하는 곳에 빠르게 전달하는 용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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