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역습…국내 빙과업계 ‘한숨’

뉴스1

입력 2019-11-13 17:04 수정 2019-11-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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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앤제리스(왼쪽)과 헤일로탑./ © 뉴스1

최근 6개월 사이에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들 제품은 고급 원료를 넣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을 내세워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 때문에 침체를 겪고 있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효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끼 상품’으로 전락해 싸게 파는 것이 당연시된 국내 아이스크림 브랜드로서는 현 상황이 여러 모로 불리하다. 판매량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남는 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헤일로탑에 이어 ‘벤앤제리스’(Ben & Jerry‘s)를 입점시켰다. 이로써 하겐다즈를 포함한 글로벌 1~3위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모두 한국에 진출하게 됐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반면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유통사들이 이같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지난 7월 GS25와 GS슈퍼에 첫 선을 보인 헤일로탑은 9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입점, 인기를 끌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헤일로탑을 입점시킨 후인 9~10월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어났다.

벤앤제리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벤앤제리스를 시범 판매했던 GS25가 9월 한 달간 아이스크림 매출을 분석한 결과, 벤앤제리스를 판매했던 점포 24곳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일반 점포 대비 3.2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븐일레븐은 지난 9월 기준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 가운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23.6%였으며, 매출은 지난해보다 12.9% 증가했다.

전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최근 6개월 동안 아이스크림 수입액은 2125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량도 384만톤(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다. 반면 2016년 1조9618억원이던 소매시장에서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2017년 1조6837억원, 지난해 1조629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강함을 추구하는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가 확인된 결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판매 가격이 다른 아이스크림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매출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통사들은 수입 아이스크림 제품에 대해서는 할인하지 않고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로 헤일로탑의 파인트 제품(473㎖)의 가격은 1만900원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모두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벤앤제리스 파인트 아이스크림(473㎖)의 가격도 두 업체 모두 1만1600원으로 동일하다. 자연스럽게 가격 정찰제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국내 아이스크림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대대적인 할인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삼는 것과 대조된다.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빙그레를 중심으로 ’가격정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매점의 반발이 심해 여의치 않다.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기존 아이스크림 제품에 대한 ’차별‘ 정책은 국내 업체의 설 자리를 더 잃게 만들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끊임없는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내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등 타개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소매 시장에서 판매량이 아무리 많아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빙과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들쑥날쑥하면서 불거진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을 해소하는게 급선무라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수입 제품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브랜드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길 바라고 있다.

업계 관게자는 “보통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별도로 마련된 냉동고에 따로 진열하며 가격을 깎지 않고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데, 실제 원가는 알 수 없다”면서 “소비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할인 정책이 아닌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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