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外 배우자-친척 돈 증여도 잡는다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11-13 03:00 수정 2019-11-13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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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224명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국세청이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고가 아파트 매입자 등 2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조사 대상 선정 기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뚜렷한 직업이 없는 A 씨는 방송활동을 하는 연예인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최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샀다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재산일지라도 아파트 소유주 중 한 명으로 A 씨 이름을 올렸다면 배우자 간 증여로 본 것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세대 간 증여가 세무조사 타깃이었지만 이번에는 부부 간 증여도 세정당국의 그물에 걸려들었다. 배우자 간 증여는 가액이 6억 원을 넘으면 신고를 해야 한다.

국세청이 12일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시 등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집주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탈세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려는 것뿐 아니라 부모, 친인척, 배우자 돈을 무상으로 증여받아 고가의 부동산을 사며 가격을 높이는 ‘금수저 가수요’를 잡겠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8번째 세무조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세청은 특히 세무조사를 받는 탈세혐의자와 부모 사이의 자금 흐름뿐 아니라 부모와 친인척 간의 자금 흐름까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모가 자녀에게 아파트 구입비를 대줬다면 회삿돈을 이용했는지도 들여다보고 문제가 발견되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부동산 매입 자금을 계기로 고구마 줄기 캐듯 자금원을 탈탈 털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집을 대신 사줘 다주택자가 된 세 살짜리 아이도 포함돼 있다. 그만큼 세무조사의 그물을 넓게 쳐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연령대별로 분류하면 30대 이하가 주요 타깃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 중 30대가 2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28.0%)와 50대(19.4%)가 뒤를 이었다.


국세청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오르며 덩달아 비싸진 전세금을 부모로부터 받은 세입자의 자금 출처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부모가 준 전세금이 나중에 주택 자금 원천이 될 수 있어서다. 한 30대 변호사는 본인이 번 돈을 모두 쓰고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서 고액의 자금을 증여받아 보증금으로 냈다가 적발됐다. 직업 없이 비싼 아파트에 홀로 전세 입주한 20대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이 밖에 아파트나 빌딩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허위 기재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다운계약’ 혐의자와 택지개발지구 근처 임야 수십 필지를 허위 과장 광고로 판매한 기획부동산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 출처를 추가로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지난달 11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진행 중인 서울 지역 부동산 거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세무조사도 추진한다. 국세청은 자기 자금 없이 서울 강남에서 25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한 사례와 11억 원 상당 아파트에 갭투자한 미성년자 등을 주요 의심사례로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관계기관 합동조사팀이 탈세 의심거래로 분류해 알려주면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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