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엉덩이에 통증 있다고 모두 ‘허리디스크’는 아니예요

홍은심 기자

입력 2019-11-13 03:00 수정 2019-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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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성 척추염

게티이미지뱅크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점차 척추 마디가 굳어가는 만성적인 척추관절병증의 하나로 진행성 염증 질환이다. 대다수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엉치와 엉덩이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병이 시작되는데 주로 허리 아래 부분과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운동 부족이나 허리 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허리 디스크와 다른 점은 활동을 하면 통증과 강직감이 없어지거나 약해진다.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운동만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점차 악화되면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척추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허리에 통증과 뻣뻣한 느낌 있다면 의심해야

강직성 척추염은 국내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최근 5년(2014∼2018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 허리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에서 발병률이 높다.

대표적인 증상은 허리 통증과 강직감이다. 주로 자고 일어나서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경우에 통증과 강직감이 나타나는데,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사라져 단순히 피로 등을 원인으로 생각해 방치하기가 쉽다.

국내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날 수 있는 관절 외 증상은 부착부염으로 발꿈치, 갈비뼈와 같은 부착 부위에 염증과 통증이 동반된다. 건선 등 피부질환이나 포도막염과 같은 안구질환이 동반될 수도 있다.

척추 변형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어

강직성 척추염의 가장 큰 문제는 척추 변형이다. 진행이 느려 초기에 발견하면 뼈 손상 전에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을 수 있다.

일단 척추 변형이 시작되면 운동성이 떨어지고 신체 기능이 제한되기 때문에 걷기, 목욕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제약이 발생한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피로, 수면장애,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 한 번 변형이 시작된 천장 관절이나 척추 관절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치료가 필요하다.

박성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인한 척추 변형은 한창 사회 활동이 활발할 젊은 환자들에게 신체의 물리적 한계뿐 아니라 고용 등 사회적 활동에도 제약으로 작용한다”며 “초기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류머티즘 내과에 방문해 처음부터 척추 변형을 막기 위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마티스학회는 강직성 척추염과 같은 척추관절염 질환을 바로 알리기 위해 올해 새롭게 11월 1일을 ‘강직성 척추염의 날’로 제정했다.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등장, 척추변형 억제 목표

강직성 척추염은 치료 불가능한 병은 아니다. 최근에는 치료제도 발전해 환자들이 일상적인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단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 받으면 염증과 통증 완화를 1차 목표로 치료를 시작한다. 과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주로 사용했다.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운동 요법을 병행하면 상당수의 환자는 증상이 호전된다.

소염진통제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 주사 치료를 한다. 강직성 척추염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전의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면서 척추 변형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기전의 생물학적 제제들이 출시되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는데 증상 완화와 함께 지속적인 척추 변형 억제 효과가 있어 좀 더 포괄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해졌다.

적절한 치료와 함께 금연, 운동 등 올바른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운동은 통증 완화와 관절의 운동성을 개선할 수 있다. 몸통, 목, 어깨, 허리, 고관절 등을 뒤로 펴거나 회전하는 운동과 스트레칭을 위주로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수영이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지만 목에 변형이 있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

차훈석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생물학적 제제 등 강직성 척추염 치료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시작하면 통증과 척추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척추뿐만 아니라 무릎, 발꿈치, 갈비뼈, 관절 외 증상까지 동반할 수 있는 전신 질환이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강직성 척추염(염증성 요통) 체크리스트

□ 허리, 특히 엉덩이 부위나 등의 통증이 40세 이전에 시작됐다.

□ 허리나 등의 통증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점 심해진다.

□ 휴식을 취해도 허리나 등의 통증이 개선되지 않고 허리나 등 운동을 하면 완화된다.

□ 한밤중에 허리나 등이 아파서 잠에서 깬 적이 있다.

□ 허리나 등의 통증과 사지 말초 관절 부위의 통증이 있다.

□ 안구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는 포도막염을 경험한 적이 있거나 발뒤꿈치에 위치한 아킬레스 인대 부위에 통증이 있다.

* 4 개 이상 해당되면 강직성 척추염의 증상일 가능성이 있어 류머티즘 내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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