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았다’ ‘나빴다’ 오락가락… 감정기복 편차 커

홍은심 기자

입력 2019-11-13 03:00 수정 2019-1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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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심 기자의 낯선 바람]조울증(양극성장애)

조울증(양극성장애)은 조증과 우울증 사이에서 기분이 급변하는 기분장애의 일종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생님, 저 기분이 들뜨려는 것 같아요.”

조울증으로 꽤 오랫동안 병원에 다니고 있는 그가 의사에게 말했다.

조울증(양극성장애)은 조증과 우울증 사이에서 기분이 오락가락 변하는 기분장애의 일종이다. 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쉽게 기분이 들뜨는 상태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다가 갑자기 불안감과 우울한 감정으로 한없이 가라앉기도 한다.

“잃어버린 돈 괜찮아요. 저 지금 괜찮은데 왜 그래요.”

조증 초기에는 술을 과하게 마시고 지갑을 자주 잃어버린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요즘 쟤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이 드는 수준으로 약하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조증 상태가 되면 말이 급해지고 보통의 사람들이 사고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 활력과 식욕이 넘치고 잠을 안 자도 피곤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기만 한 상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날카롭고 예민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불안정하고 폭력성을 보이거나 당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조증 증상이 심해지면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넘치는 자신감에 경솔해져서 큰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카드 빚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아픈 아들을 돌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조울증 진단을 받은 아버지는 조증인 상태에서 자신이 보유했던 부동산을 계약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팔아버려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조증인 사람은 마치 과열된 자동차처럼 폭주하다 곧 터져버릴 듯이 군다. 위험한 상황을 무시하고 행동하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성적 욕구가 넘쳐 성적으로 문란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우울한 상태가 되면 의욕저하, 식욕저하, 불면증 등 조증과는 정반대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 모든 일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낀다. 사고의 속도도 느려지고 이해력과 판단력이 떨어진다. 글을 읽을 때 집중하지 못해 앞에서 읽은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읽기를 반복한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줄고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차라리 조증일 때가 더 좋았어요.”

사실 주위에 감정 기복이 큰 사람들은 꽤 있다. 하루 동안에도 기분이 좋고 나쁘기를 반복한다. 조울증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감정의 폭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크게 요동친다는 것이다. 에너지 과열 상태의 조증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에너지가 바닥이 나는 우울증 상태가 오면 상대적으로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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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증 심할땐 입원… 평소 스트레스 관리 중요

대개 우울증 환자보다 조울증 환자가 우울증 상태일 때 더 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살률도 조울증 환자가 우울증 환자보다 더 높다. 이는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조울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기분 변동을 잘 살펴야 한다. 조울증은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은 한 번 이상 조증을 경험한 경우, 2형은 한 번 이상 조증과 우울증을 경험한 경우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20∼30%는 경조증 같은 가벼운 조증을 경험하는 때도 있어서 숨겨진 조울증 환자들이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조울증 환자가 우울증을 겪는 시기에 우울증 약을 복용할 경우 조증으로 바뀔 수 있어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또 매우 충동적인 상태로 바뀌어서 자살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에 조울증 환자의 치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울증에서 우울증을 보이는 경우에 항우울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기분안정제를 처방한다. 심한 조증일 때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조울증은 사소한 외부 자극에도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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