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자녀는 프리패스?”…농협·수협 채용 비리 백태

뉴시스

입력 2019-11-07 16:21 수정 2019-11-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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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개 농·축·수협 지역조합 대상 정부 조사 결과
채용비리혐의·23건 중요절차 위반 156건 적발



 #. A수협은 2017년 계약직 채용을 진행하다가 계획에 없던 인성평가를 불쑥 집어넣었다. 서류전형 단계에서 일반 지원자들이 인지할 수 없는 평가였다. 평가 결과 인성 점수가 높게 나온 이들은 임직원의 친인척과 지인들이 다수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 B농협은 2016년 관할 지방자치단체 직원 ㄱ씨의 자녀를 영업지원직으로 채용하고 1년 뒤 일반계약직으로 전환시켰다. 이후 올해 6월 공개경쟁 절차 등 없이 정규직인 기능직으로 채용했다. ㄱ씨는 현재 조합의 임원으로 있다.

#. C농협은 2017년 5월 임원 자녀를 계약직으로 뽑기 위해 내부직원들에게만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단계서 면접도 이뤄지지 않았다.

#. D농협은 2016년 3월 일반직 채용을 진행하면서 정해진 배수나 공고기간 등 절차들을 무시했다. 또 6급으로만 채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중앙회 간부 출신 자녀를 5급으로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수협 등 지역조합들의 채용비리 백태가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 약 4개월간 합동 채용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각 중앙회들이 자체적으로 채용실태를 조사해왔지만 최근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처음으로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 지역조합은 농·축협 500개, 수협 47개, 산림조합 62개 등 총 609개 지역조합이다. 정부는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최근 5년간의 신규채용과 정규직 전환조사를 점검했다.

조사 결과 부정청탁이나 부당지시 등 채용비리 혐의가 15개 조합에서 23건이 적발됐다. 임원이 자신의 친인척을 취업시키기 위해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부정 청탁한 정황들이 다수 드러났다.

임원 자녀를 뽑기 위해 채용 공고도 내지 않고 그냥 뽑은 사례도 나타났다. 시험 방식을 예정에 없이 마음대로 바꾸기도 하고 자격기준이나 점수배점을 변경하기도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 근무평가점수를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한 지역 수협은 특정인을 최종 합격시키기 위해 응시연령 기준이나 보유 자격증 등을 조작해 ‘맞춤형 채용 공고’를 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또 다른 수협에서는 임원 조카를 뽑으려 기존 ‘만 35세 미만’으로 돼 있던 응시연령 기준을 30세 미만으로 줄여주기도 했다.

정부는 이렇게 혐의가 짙은 23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의뢰할 계획이다.

채용공고 단계서부터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 중요절차를 위반한 사례도 총 110개 조합에서 156건이 적발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선 관련자 징계·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수사 의뢰되거나 징계·문책 요구 대상에 포함된 지역조합 현직 임직원은 총 301명에 달한다.

그밖에도 단순 실수나 규정이 불명확해 벌어진 단순 기준 위반 사례는 861건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주의 또는 경고로 조치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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