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문 여는 커피숍, 치킨집의 두배… 문 닫는 비율도 높아

장윤정 기자

입력 2019-11-07 03:00 수정 2019-11-0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우후죽순 커피숍, 창업 경고등
전국서 운영 카페 총 7만1000곳… 경쟁 심해져 10곳중 1곳은 적자
폐업률 14%… 치킨집보다 높아
문닫은 매장 절반은 3년 못버텨… ‘치킨집 버블’ 전철 밟을까 우려


40대에 다니던 직장을 나온 뒤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 3년 차에 접어들며 어느덧 동네에 입소문도 나고 단골손님도 확보했지만 카페 운영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공들여 메뉴를 개발해도 순식간에 다른 카페에서 베끼기 일쑤예요. 가장 큰 문제는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거죠. 저희가 영업을 시작한 뒤로 걸어서 불과 몇 분 거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만 2곳, 개인 카페도 6곳이나 들어왔으니까요.”

한국의 성인 1인당 커피소비량은 연간 353잔으로 세계 평균의 2.7배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치킨집(6200곳)의 2배 이상인 커피숍 1만4000곳이 새로 문을 열어 올해 7월 현재 전국에서 약 7만1000곳이 영업 중이다. 하지만 수요에 한계가 없을 것 같던 커피전문점에도 ‘경고 신호’가 켜지는 듯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펴낸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 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에는 커피숍의 신규 창업률보다 폐업률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커피집이 ‘치킨집 버블’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수는 2011∼2016년 해마다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왔다. 2017년 이후에도 증가율은 8%가량을 유지해왔다. 현재 지역별로 보면 경기에 1만5000곳, 서울 1만4000곳 등 41.2%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커피숍이 가장 많은 지역은 단연 서울 강남구다. 특히 올 8월 블루보틀 3호점이 문을 연 테헤란로는 그야말로 커피전문점의 핵심 집결지다. 사무실 밀집지역인 이 일대는 고소득 직장인과 유동인구가 많아 대다수의 커피브랜드가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테헤란로를 따라 걷다보면 스타벅스, 커피빈, 테라로사 등 내로라하는 커피브랜드의 매장을 불과 수십 m마다 하나씩 만날 수 있다. KB금융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강남역에 이르는 테헤란로에서 스타벅스는 총 17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많은 커피전문점이 다 잘될 수는 없는 법. 창업률(당해 창업 매장 수를 전년도 총 매장 수로 나눈 값)은 떨어지고 폐업률은 오르는 추세다. 창업률은 2014년 26.9%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2.0%로 내려온 반면 같은 기간 폐업률은 11.9%에서 14.1%로 올랐다. 치킨집 폐업률(9.4%)보다 높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체 폐업 매장의 52.6%는 영업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한 곳이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전체 매장의 11.0%는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가열되는 경쟁 속에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양천구에서 3년 전 커피숍을 인수해 운영해 온 김모 씨는 “갈수록 커피숍은 늘어나는데, 단골손님들을 잡아두려면 아르바이트생에게만 맡기면 안 되고 주인이 직접 나와서 관리해야 한다”며 “일주일에 하루 쉬고 12시간씩 일하다 보니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통계에서도 종업원 없이 사장님이 ‘홀로’ 운영하는 커피숍의 비중은 음식점(12.5%)보다 높은 22.6%였다.

한편 지난해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은 총 1만5000곳으로 집계됐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은 제외한 수치다. 브랜드별로는 이디야가 2399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투썸플레이스(1001곳), 요거프레소(705곳), 커피에 반하다(589곳), 빽다방(571곳) 순이었다. 김태환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커피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매장 수가 빠르게 늘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부담 요인”이라며 “커피 맛과 매장 접근성에 따라 매출에 차이가 큰 만큼 면밀한 상권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