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Brief Case]‘생산확대-다각화-R&D’ 3대 무기로 글로벌 강자 우뚝

이형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경영지원실장,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19-11-06 03:00 수정 2019-11-06 03:5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식품기업 CJ제일제당, ‘그린 바이오’ 선두주자 된 비결

CJ제일제당 블로썸파크 바이오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우수한 균주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차별화된 R&D 역량과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CJ제일제당 제공
‘햇반’ ‘비비고’ 등의 메가 브랜드를 가진 CJ제일제당은 대표적인 국내 식품 기업이다. 식품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이 회사가 바이오 기업인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바이오 사업에서만 2조7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이 중 95%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두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국내 중대형 식품기업이나 제약기업의 한 해 실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CJ그룹의 첫 해외법인인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미생물을 활용한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에 뛰어들었다. 생물체의 기능을 활용해 농작물이나 바이오식품 등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그린 바이오’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이 지난 현재, 이 기업은 리신, 트립토판, 발린, 핵산, 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에서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경쟁 업체들보다 늦게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였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어떻게 국내에선 개념조차 생소한 그린 바이오 사업으로 글로벌 선발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걸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019년 11월 1호(284호)에 실린 관련 케이스스터디를 요약, 소개한다.


○ 압도적 생산 역량으로 유동성 대응

CJ제일제당은 그린 바이오 사업 진출 초기부터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방점을 두고 해외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1988년 글로벌 1호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랴오청(聊城·2005년), 브라질 피라시카바(2007년), 미국 아이오와(2013년) 등으로 사료용 아미노산인 리신 생산 기반을 확대했다. 2000년대 후반 중국 선양(瀋陽)에 생산기지를 설립할 당시에는 중앙정부의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방정부를 공략하는 우회전술로 시 당국과 공조를 강화하며 장애물을 돌파했다.

이처럼 CJ제일제당이 북미, 중국, 동남아 전역에 생산 전초 기지를 공격적으로 마련한 까닭은 시황이 들쑥날쑥한 글로벌 그린 바이오 시장의 유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육류 소비 증가로 축산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아미노산 수요가 늘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반대로 수요가 줄더라도 전략적인 감산을 통해 가격 급락을 막을 수 있었다.


○ 포트폴리오 확대로 위험 분산

후발주자인 만큼 사업 초반에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리신, 핵산, MSG부터 생산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 품목에 의존하면 언제든지 또 중국 업체들에 추격당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같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데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플랜트에서 다양한 품목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호환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가령 파수루안 공장의 규모를 늘릴 때도 리신이 아니라 아예 다른 품목인 트립토판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기존 생산라인과 원재료, 제조 공정이 유사하다는 이점을 살려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위험을 분산한 것이다.

이 전략은 중국 군소 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2000년대 초반 10개가 채 되지 않던 전 세계 리신 생산업체가 2000년대 중반 20개 이상으로 늘어나고 군소 업체들의 가격 덤핑으로 판매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주력 제품인 리신 생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제품 의존도를 낮추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 친환경 발효 기술로 차별화


CJ제일제당은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환경 발효 공법’이라는 차별화된 연구개발(R&D) 기술을 앞세웠다. 지금까지도 상당수 아미노산 생산기업들은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오리나 돼지의 털, 심지어 사람의 털 같은 소재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반해 CJ제일제당은 곡물 원재료 기반의 미생물 발효공법으로 아미노산을 만들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까지 재활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아미노산이 대세로 떠올랐고, CJ제일제당의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친환경 기술 적용 사례 중 가장 성공한 결과물은 회사가 2015년 출시한 사료용 아미노산 ‘L-메티오닌’이다. CJ제일제당은 10여 년의 R&D를 거쳐 만든 친환경 발효공법으로 사료용 아미노산인 L-메티오닌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다른 업체가 따라오기 힘든 진입장벽을 구축했다.

이처럼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생산 규모 확대와 다각화, R&D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바이오 사업의 성공 방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요인만 강조해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건실한 체력의 토대 위에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더한 것은 CJ제일제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형준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경영지원실장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