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정점 후 2년…추락하던 경기 바닥 다지나

뉴시스

입력 2019-10-31 16:24 수정 2019-10-3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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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정점 찍은 후 24개월째 경기 하강 지속
"시간 충분히 지나 경기 흐름 바뀌어도 이상하진 않아"
정부 "투자 부진폭 완화…경기지표 저점 찾아가는 모습"
"내수 작아…소비·투자보단 수출 봐야 경기 흐름 보여"



온갖 대외 악재로 휘청거리던 국내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속한 경기 순환기가 정점을 찍은 지 2년이 지나면서 이 같은 해석도 무리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경기를 끌어내리는 주범이었던 투자 지표가 눈에 띄는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횡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 소비 등 다른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다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수출, 대외 여건 등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등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우려도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설비투자지수는 전월 대비 2.9% 늘어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기 등 운송장비(-8.2%) 투자가 줄었지만,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0%) 투자가 늘어난 덕이다. 증가 폭도 6월(0.1%), 7월(2.2%), 8월(1.6%)에 비해 크다.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설비투자지수의 감소폭은 올해 1분기 -19.6%에서 2분기 -8.7%, 3분기 -3.2%등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3분기 중에서도 8월엔 -2.9%, 9월엔 -1.6%까지 낮아졌다.

2017~2018년 반도체 장비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가깝다”면서도 “최근 기계장비나 반도체 부문에서 소폭의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감소폭이 -1%대까지 축소된 점을 보면 부진의 폭은 완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전년 대비 지표가 플러스(+)로 전환될 때쯤이면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추세적인 하락세를 지속하던 경기 지표들은 횡보하는 모습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고, 미래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p) 올랐다. 선행 지표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중 ‘건설수주액’이 13.9% 큰 폭으로 증가했던 영향이 컸는데, 3조1000억원 규모의 신안산선 복선 전철 민간투자 사업이 반영된 결과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반등의 모멘텀을 찾았다고 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대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악재가 추가적으로 부각되지 않는다면 지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저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하는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위원회는 지난달 2017년 9월을 이 순환기의 정점으로 결정했다. 저점 이후 54개월간 경기 상승세가 지속되다 정점을 찍고 지난 8월까지 23개월째 하강 중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제11순환기의 수축기는 제6순환기(29개월), 제8순환기(28개월)에 이어 지속 기간이 역대 세 번째로 길다. 내년 초까지 하강 국면이 계속되면 역대 최장 수축기의 기록이 다시 쓰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사이클(cycle)이 통상 2년 정도로 길지가 않음을 고려하면 국면이 바뀔 때가 됐다”며 “조정이 일어날 시간도 충분했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바닥을 다진다고 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 지표를 보면 국내 경기에 개선의 기미가 보인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의 전월 대비 감소폭은 2017년 12월(-2.4%) 이후 가장 큰 ?2.2%를 나타냈다. 평년 대비 추석이 빨랐던 이유로 명절 관련 용품 구매가 8월로 앞당겨진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양호한 기상 여건에 간절기·환절기 의류 판매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의복 등 준내구재(-3.6%)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5%)가 모두 감소했다. 휴대폰 주요 기종들의 출시가 10월로 예정되면서 대기 수요가 발생해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0.1%) 판매도 부진했다.
잦은 태풍과 장마 등으로 생산 지표도 뒷걸음질했다. 서비스업생산이 전월 대비 1.2% 감소했는데, 기상 여건 탓에 국내 여행이나 야외 활동이 줄면서 예술·스포츠·여가(-4.2%), 도·소매업(-2.9%), 숙박·음식점업(-2.2%) 등에서 부진했다. 대출금액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은행 및 저축기관, 기타 금융업 등도 1.8% 감소했다. 6~8월 연속 증가하던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1.7%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됐는데, 시스템반도체 생산이 조정을 받았던 영향으로 조사됐다. 디램(DRAM) 생산지수는 증가세를 지속 중으로, 일본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피해도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 교수는 “세계 반도체 경기와 국제 무역의 흐름 등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에 향후 경기의 향방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연초 전망했던 것보다 상황이 많이 나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 경제는 내수 규모가 작은 데다 소비, 투자 등 국내 지표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며 “국내 성장률 지표나 수출 등 대외 여건을 보면 기업이 투자를 지속해서 늘릴 것이란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0개월째 하락세이며 이번 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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