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자율주행버스 운전석엔 사람이 타고 있었다

동아일보

입력 2019-10-30 14:42 수정 2019-10-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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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자율주행버스, 국내 최초, 시승식’

지난 29일 아침, 취재 일정을 찾아보다 위 문구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혼자 움직이는 버스가 등장했다고? 이건 해외 T모 자동차 브랜드보다 나은데?’

점심도 거르고 급하게 시승식이 예정된 세종컨벤션센터로 갔다.

기자는 이런 미래형 모습을 생각했으나.


도착해보니 흰색 버스처럼 생긴 셔틀이 주차돼 있었다.
‘음 역시 자율주행 자동차니까 크기는 작지만 전기차에 운전석도 없군. 사진이 잘 나오겠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시작할 때가 되자 취재기자한테 전화가 왔다.
“선배 거기가 아니고 좀 더 앞으로 와 보세요.”

조금 앞으로 가보니 운전자가 타고 있는 현대 미니버스 쏠라티 2대가 주차돼 있었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저건 보조 차량일거야…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현실은 일반 승합 차량이 서 있었다.


그 검정 승합 차량이 오늘 내가 취재하게 될 자율주행버스였다.
기사로 계속 올라오고 있는 제목처럼 ‘자율주행버스’도 아니고 자율 ‘협력’ 주행 차량이었다.

차량 내부엔 운전자와 차량 상태를 모니터링할 보조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상단에 현재 위치와 운행 정보가 모니터에 표시돼 있다.

차 범퍼에는 이러한 4개의 레이더가 설치돼 있었다.

겉으론 일반 차량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차에는 레이더, 카메라 등 자율주행 핵심 부품이 탑재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기자 입장에선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 있는 그냥 일반 승합차였다.

핸들을 잡지 않는 모습을 위해 손을 떼라고 했으나 어차피 사진은 정지된 모습이었다. (물론 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할 수 있는 건 운전석과 조수석에 탄 이들에게 양 팔을 벌려 핸들을 만지지 않는 걸 표현하는 것이었다(비록 사진이라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이 날 모범운전자가 일부 구간에 돌발 상황 대비 자율주행버스 주변으로 일반 차량의 진입을 간접 통제하고 있었다.

이 날 시연은 도로통제 없이 실제 상황처럼 이뤄진다고 했으나 코스 일부 구간마다 모범운전자가 배치돼 있었다. 이들은 자율주행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일반차량의 접근을 통제했다.
“이게 무슨 자율주행이야? 사람이 다 도와주고 있네!”
옆에서 취재차를 운전하던 동료가 투덜댔다.

사실 이 버스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다 특정 상황에서 운전자 주행으로 전환하는 ‘레벨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다. 그래서 사고 위험이 높은 원형교차로에서는 사람이 직접 핸들을 잡고 운전한다.

자율주행버스가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미리 어플로 승차를 예약했던 연구원이 자율주행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이 날 시승 행사에서는 정해진 인원만 차량 탑승이 가능했다. 미리 예약했던 취재 기자들이 있어 직접 타보진 못했다. 버스는 정부청사와 세종컨벤션센터 주변 직사각형 일반 도로 4km 코스를 달렸다. 취재기자들의 기사를 읽어보니 감속이 부드럽지 못해 앞뒤로 꿀렁꿀렁하기도 하고 GPS 인식 장애로 소리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완벽한 레벨5의 자율주행자동차를 꿈꾸며, 오늘도 자율주행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세종=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자율주행자동차. 한국교통연구소와 SKT·서울대·현대자동차는 37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자율주행기반 대중교통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2021년 레벨4(돌발 상황에서도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 작동) 수준의 시험주행에 나서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 시작은 미흡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자율주행차가 씽씽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끝은 창대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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