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갑질, 대학원생은 착취”…10시간 근무에 ‘워라밸’은 그림의 떡
뉴스1
입력 2019-10-30 14:19 수정 2019-10-30 14:19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체위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9.9.27/뉴스1
‘교수 갑질’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이공계 석·박사 대학원생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명 중 3명은 하루 10시간 이상 연구실에 머물며 주말·휴무 등 공식적인 휴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29%에 달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 8월20일부터 9월8일까지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전일제 대학원생 133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러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학원생들은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말하는 일명 ‘워라밸’(work-life valance)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 62%는 주중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연구실에 머물렀다. 또 휴일 출근이 강제되는 경우도 16%였다. 공식적인 휴가가 없는 경우는 29%로 나타났다.
이들이 조교활동이나 연구과제 수행으로 받는 월 급여는 평균 ‘100만원 이상 125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가 18%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월평균 ‘25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도 3%나 존재했다. 최고 ‘300만원 이상’을 받는다는 1%도 있어 학생별 편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원생들은 평균 연구과제 1.5개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이 연구 외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부분은 ‘연구실 행정’(49%)이었다. 이어 ‘연구실 실험장비 관리’(32%), ‘학과·학회 등의 행정 및 행사 준비’(24%) 등이 꼽혔다. 연구 외 업무량에 대해서는 ‘많은 편’이라는 응답이 40%나 나왔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국내 학위과정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아 입학을 후회하는 성향까지 보였다. 대학원 입학 시점으로 돌아가 현재의 학과·대학·연구실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37%뿐이었다. 유학(20%)이나 취업(20%)을 모색하겠다는 응답도 다수 나왔다.
논문·연구와 관련해 지도교수로부터 ‘주 1회 이상’ 정기적인 지도를 받고 있는 학생은 64%였다. ‘월 1~2회 정도’ 지도를 받는 학생은 26%였으며, ‘거의 없다’고 응답한 학생도 10%에 달했다. 연구 논문작성이나 발표방법 방식은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한 경우(31%) 보다 연구실 선배(38%)나 인터넷 정보(16%)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학위과정에서 연구활동외 어려움을 겪은 부분으로는 ‘연구실 구성원간의 성격차이’(39%), ‘연구 외적인 업무 분담의 문제’(26%) 등을 꼽았다. 학업 중에 겪는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8%가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 중 32%는 학교 내에 상담센터가 있을 경우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또 진로를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40%가 ‘모른다’고 답했으며 연구직이 아닌 다른 진로에 대한 정보나 교육·지도를 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과기자문회의는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1월14일 서울 연세대, 11월23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한 타운 홀 미팅을 개최한다.
미팅에서는 Δ경제적 처우 개선방안 Δ보편적 권익보호 방안 Δ연구실 안전제고 방안 Δ체계적 고충관리방안 Δ연구윤리 증진방안 등 5가지 논의가 이어진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은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개선안’으로 마련돼 과기자문회의에서 토의 후 자문안으로 확정된다.
염한웅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이공계 대학원생은 우리의 미래 과학기술 역량을 좌우할 핵심 축이므로 뛰어난 연구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잘 갖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설문조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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