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전 여전히 ‘평행선’…극적 합의 가능성은?

서동일 기자

입력 2019-10-29 19:54 수정 2019-10-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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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시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고 물리는 ‘소송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2차 전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양 사는 맞소송과 추가 소송,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주고받았다. 부정한 방법으로 인력을 빼갔는지,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는지 등 여러 쟁점이 있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제는 ‘감정싸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감정 대립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은 SK이노베이션이 28일 공개한 ‘2014년 합의문’에서도 드러난다. 실제 2011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고등법원 판결을 앞두고 양사는 이 특허에 대해 국내외에서 상호 특허침해 소송을 내지 않기로 2014년 합의했다. SK는 “LG화학이 합의를 어기고 또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한다. LG는 “양사가 합의한 특허는 한국 특허에 한한 것이며, 한국과 미국의 특허는 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 차이가 있는 별개의 특허”라고 반박한다.


● 다시 시작된 소송전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다.”

2017년 5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장치 산업은 결국 ‘사람 장사’다. 선제적으로 과감히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삼성SDI 등에 뒤져 있던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선전포고를 하는 순간이었다.

이 무렵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자동차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던 LG화학은 내부적으로 크게 술렁였다. 폭스바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7조 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고, 유럽 생산기지인 폴란드 공장도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는 등 반가운 소식이 잇따랐지만 정작 사내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독일 완성차 업체 배터리 수주 등을 담당하는 ‘독일팀’ 구성원을 비롯해 과·차장 ‘허리 라인’들의 퇴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이직한 100여 명은 대부분 SK이노베이션으로 갔다. 그해 10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에 ‘전지 핵심인력 채용 관련 협조 요청의 건’이란 제목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무리한 LG화학 출신 인력 채용을 멈춰 달라’는 공문이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LG화학은 인력유출이 올해까지 이어지자 4월 소송을 시작했다. LG 고위 임직원들은 “소송전이 중간에 흐지부지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SK이노베이션은 처음부터 강경 대응한 건 아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했다. 안팎으로 LG화학을 설득하고 제3의 중재자를 찾으며 갈등을 봉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LG화학이 △공개 사과 △인력 및 기술 유출에 대한 보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란 요구를 굽히지 않자 SK는 대응방식을 바꿨다.


●‘극적 합의’ 가능성은 희박

지난달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단독 회동’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뒤 ‘극적 합의’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 양 사 모두 이날 대화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회동에서 두 최고경영자는 대화다운 대화를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에 나섰던 정부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ITC는 최근 LG가 SK를 상대로 4월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절차를 시작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3월경 시작될 청문 절차 또는 내년 6월경 나올 예비판결을 앞두고 양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ITC의 최종 결정까지 가면 어느 한쪽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판결의 윤곽이 어느 정도 짐작되면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의 핵심은 좁게는 ‘인재 유출에 따른 영업비밀과 지식재산권 침해’, 넓게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의 기술력 확보 및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라고 봤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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